연구실을 나와 깃발을 든 과학자들

입력
2023.03.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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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로즈 아브라모프

미국 테네시주 국립 오크리지연구소의 지구환경 박사과정 연구원 로즈 아브라모프(Rose Abramoff)가 지난 1월 해고당했다. 2022년 11월 지구물리학회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피터 칼무스와 함께 연단에 올라 “실험실에서 나와 거리로 나서자”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든 게 해고 사유였다. 연구소 측은 공무 출장 중 연구소 명예를 훼손하는 등 직원 윤리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관련 시위로 과학자가 직장에서 해고당한 첫 사례였다.

아브라모프는 2020년 9월 출범한 ‘과학자 반란(Scientist Rebellion)’이란 단체 회원이다. ‘과학자 반란’은 비폭력 시민불복종 행동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결성된 과학자 단체. 회원들은 2021년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 당시 “기후혁명이 아니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들었고, 지난해 4월 북해 오일 유출사고에 항의하며 베를린 주요 도로를 차단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브라모프 역시 백악관 정문에 자기 몸을 사슬로 묶고, 노스캐롤라이나 샬럿더글러스 공항 담장에 ‘자가용 제트기 금지’ 플래카드를 거는 등 일련의 시위로 3차례 경찰에 연행된 바 있었다. 그는 해고 직후 뉴욕타임스 에세이에, 자신은 알래스카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방출되는 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기후 온난화로 죽어가는 뉴잉글랜드 숲의 실태를 기록하기만 하던 ‘고분고분한(well-behaved) 과학자’였지만, 달라지지 않는 세상과 각성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보며 비폭력 직접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썼다. ‘과학자 반란’은 자신들이 ‘과학자의 본분’과 실정법을 어기며 거리에 나서게 된 이유를 “법을 만든 현재의 시스템이 사회 붕괴를 부추기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홈페이지에 밝혔다.

'지속가능한 농업 연대'라는 미국 기후행동 농민단체가 오늘부터 사흘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집회 등 행사를 벌인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