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전쟁? 위기?… 공동성명 채택조차 못한 G20재무장관회의

입력
2023.02.26 08:30
서방 vs 중러 대립, 인도 중재안도 '무용지물'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한 채 막을 내렸다. 러시아의 행위를 '전쟁'으로 규정한 서방 세계와 이에 반대하는 중국·러시아, 중재에 나선 의장국 인도 모두 각자 주장만 펼쳤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인도 벵갈루루에서 진행된 G20재무장관회의는 이날 3번째 세션을 끝으로 폐막했다. 의장국인 인도는 회의 종료 후 전반적인 논의 내용을 압축한 의장성명만 발표했을 뿐, 참가국들의 합의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은 내놓지 못했다.

갈등의 최전선에는 프랑스·독일 등 서방을 대표하는 국가와 중국·러시아가 서 있었다. 먼저 서방 국가들은 "지난해 G20 정상회의 선언에서 후퇴해선 안 된다"며 이번 회의 공동성명에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를 제외한 G20 정상들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회의에서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 국가들의 주장에 끝까지 저항했다. 이날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특별군사작전'으로 규정할 뿐, 사전적 의미의 전쟁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G20 발리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부분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이번에는 러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양 측의 양보 없는 기싸움에 의장국 인도가 중재에 나섰다. 인도는 "공동성명에 전쟁 대신 '위기' 혹은 '도전'이라는 단어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절충안이 러시아 측 입장에 치우친 내용으로 판단, 이를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중립외교'를 표방한 인도는 최근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리는 등 러시아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남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4월 미국 워싱턴DC, 7월 인도 구자라트, 10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정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