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폭' 정순신, 결국 사퇴···野 "尹 대통령, 인사 참사 사과해야"

입력
2023.02.25 17:00
여론 악화하자 윤 대통령, 임명 취소 
與 "사의 표명 존중...조국·이재명과 달리 신속한 책임"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이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진 지 하루 만인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그의 사의를 수용해 임명을 취소했다. 드라마 '더 글로리' 방영을 계기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에서 여권에서마저 사퇴 촉구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여론이 급속히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 본부장의 신속한 사퇴에도 윤석열 정부의 부실 인사 검증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수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수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가족 모두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했다. 그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정식 임명됐으나, 아직 임기(26일)를 시작하지 않아 국수본부장 공모 지원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30분쯤 정 본부장 임명을 취소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수석은 "임기 시작이 내일(26일) 일요일인만큼, 사표 수리를 하는 의원면직이 아닌 발령 취소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좌제' 거론했던 與 "사의를 존중"

이날 오전 정 본부장의 아들 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연좌제를 거론하며 방어했던 국민의힘은 "사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사안의 심각성이나 국민 정서 등을 고려했을 때 국가적 중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더 늦지 않게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으신 학교폭력 피해자분께도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허물을 덮기 위해 정치적 물타기와 편가르기에 급급했던 조국 전 장관, 이재명 대표 사태와는 달리 신속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같은 당 소속 정청래 최고위원 자녀의 여중생 성추행, 성희롱 의혹부터 조사하라"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친이준석계' 千 "인사검증 책임 명확해야...당 대응도 문제"

정 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친이준석계' 당권주자 천하람 후보는 페이스북에 "사의 표명을 존중한다"면서도 "국민들은 정 본부장을 아들 학폭만으로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정 본부장이 훈육의 방향을 피해 학생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로 잡았다면 이렇게 사태가 악화되었을지 물었던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앞서 '아빠 찬스'를 언급하며 정 본부장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이 당 신뢰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천 후보는 이어 "인사 검증 시스템을 체계화해, 인사검증의 역할 분담과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연좌제를 거론하며 방어한 당 대응도 문제"라며 "공정의 가치로 부모가 실력인 사회를 박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도 페이스북에 "내 아이가 귀한 만큼, 남의 아이도 귀하고 소중하다"며 "정 내정자의 사의표명, 마땅한 일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썼다.

野 "사의는 당연...尹 대통령, 인사참사 사과해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인사 검증라인에 대한 문책을 촉구했다.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 본부장의) 사의 표명은 당연하다. 그저 학교 폭력을 저지른 학생의 아버지가 아니라 소송을 통해 피해 학생을 극한 상황으로 밀어 넣은 가해자"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거듭되는 인사 참사를 사과하고 인사 검증라인을 문책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잔인한 학교폭력 소재를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가 현실에 나온 것 같아 충격적"이라며 "필요하다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학교 폭력 관련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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