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담낭)는 간에서 만든 쓸개즙(담즙)을 보관하는 7~10㎝ 정도의 보관 창고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담낭에 저장돼 있던 담즙이 쓸개관(담관ㆍ담도)을 통해 십이지장(샘창자)에 내려가 지방 소화를 돕는다.
담즙이 담낭에 오래 보관되면 굳어지면서 담낭이나 담관에 돌(담석)이 생길 수 있다. 결석과 종양으로 인해 담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혈중 빌리루빈이 많아져 황달이 된다.
황달이 오면 피부ㆍ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고, 갈색 소변과 회백색 대변을 누며, 피부 가려움증이 생긴다. 담관암을 비롯한 담관 질환이 발생하면 거의 황달이 나타난다.
담관 질환으로는 담낭ㆍ담관에 찌꺼기(sludge)가 뭉쳐서 생긴 ‘담관 결석(담석)’과 이로 인한 ‘급성 담관염’이 가장 흔하다. 담관 용종, 담관 기형, 담관 협착도 나타난다.
담관 결석은 나이 들수록 증가하며 대부분 담낭에서 돌이 담관 내로 빠져나오면서 발생한다. 이때 돌이 담관을 막아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급성 담관염).
급성 담관염은 주로 명치와 오른쪽 위쪽 복부 통증ㆍ발열ㆍ황달이 나타나며, 심하면 저혈압ㆍ의식 저하가 나타난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담관 결석으로 인한 급성 담관염이 발생하면 우선 금식하고 수액을 공급한다. 또한 세균 감염이 동반되기에 항생제로 치료한다. 담관 결석의 경우 췌관을 막아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음주와 함께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백규현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관 결석이 확인되면 ‘내시경하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로 결석을 제거한다”며 “ERCP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면 ‘경피적 경간 담관 배액술(PTBD)’을 시행한다”고 했다.
담관암(담도암)은 담관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발생 위치에 따라 간내 담관암ㆍ간문부 담관암ㆍ원위부담관암 등으로 나뉜다.
담관암은 10만 명당 14명 정도로 발생해 암 발생 9위 정도이지만 식생활 서구화와 조기 진단이 늘면서 점점 증가하고 있다. 5년 생존율은 28.8%(2018년 기준)로 예후(경과)가 매우 나쁜 편이다.
담관암 위험 인자로는 △오랜 기간 담즙 정체 △담관 결석에 의한 만성 담관염 △‘간디스토마’로 불렸던 간흡충 같은 기생충 질환 △담관 확장을 동반한 선천성 기형 등이다.
방승민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관암은 간흡충 감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간흡충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민물 생선을 생으로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간경화ㆍB형 간염ㆍC형 간염은 잘 알려진 간암 위험 인자인데, 담관암 특히 간내 담관암의 위험 인자이기도 한다. 담관암 환자 대부분은 복통이 없는 황달을 호소한다. 이는 통증이 흔히 동반되는 담관 결석과 다른 점이다.
또한 담관암은 일반 간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감별이 쉽지 않다. 이 밖에 식욕 저하ㆍ체중 감소ㆍ전신 피로감ㆍ가려움증ㆍ회색 대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담관암도 대부분의 암처럼 수술이 원칙이지만 수술이 불가능하면 항암화학요법을 비롯해 방사선 치료ㆍ광역동 치료ㆍ고주파열치료술(RFA) 등을 시행한다.
이종찬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담관암이라면 복합 항암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요법)을 쓸 수 있다”며 “특정 유전자 이상을 가진 환자에게는 표적 치료제와 면역 항암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담낭암의 경우 △담석이 오래 됐거나 △췌담관 합류 이상 △석회화 담낭 △장티푸스 보균자 △담낭 용종이 1㎝ 이상으로 클 때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담석이 생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담낭암 발병 위험이 5~10배 높아진다. 담낭암은 5년 생존율이 5~10%에 불과한 ‘최악의 암’이다.
담관 질환 진단에는 혈액검사와 함께 간 기능 검사를 시행한다. 담관 질환은 황달을 동반한 간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담관 염증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백혈구ㆍC-반응 단백 수치도 살핀다. 이 밖에 담관암ㆍ췌장암과 관련 높은 종양 표지자인 CA19-9 수치도 확인한다.
담관 질환을 평가할 때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병이 의심되면 자기공명영상(MRI), 특히 ‘자기공명 담췌관 조영술(MRCP)’로 정밀하게 살피게 된다.
초음파 내시경검사도 시행할 수 있다. 이 검사는 초음파 기구가 달린 내시경을 위나 십이지장에 넣은 뒤 담관과 췌장에 접근해 촬영하는 방법이다. 복부 초음파검사 단점을 보완해 담관ㆍ췌장 질환을 진단하는 것으로 매우 유용하다.
담관 질환에는 ERCP가 많이 쓰이는데, 질환 진단과 함께 결석도 제거한다. ERCP는 결코 쉽지 않은 시술이기에 출혈ㆍ천공ㆍ췌장염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적지 않아 의사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