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그래 봐야 안 따라갈 거야." "겉은 그래 보여도 실속은 있어." 여기서 '그래'는 '그리하여'와 '그러하여'가 줄어든 말로, 움직임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동사와 성질, 상태, 존재를 표현하는 형용사로 구분된다. "면도를 하지 않았더니 수염이 길어 턱이 시커멨다." "말하자면 얘기가 길어"도 동일한 '길다'의 활용형이지만 움직임이냐 상태냐의 기준으로 동사와 형용사로 나눌 수 있다.
의미 외에 동사와 형용사는 문법적 특성에 따라 구분하는데 가장 쉽게는 활용형으로 구분한다. "아기가 크다"와 달리 "줄넘기를 하면 아이가 큰다"처럼 동사에는 '-ㄴ(다)/-는(다)'가 붙는다.
'예쁜 딸과 잘생긴 아들', '똑똑한 아내와 모자라는 남편'을 보자. '예쁘다-잘생기다', '똑똑하다-모자라다'는 반의 관계에 있어 의미로는 형용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형 어미 '-는'의 결합이 가능한 '모자라다'는 동사로 분류된다. 의미보다는 형태적 특징이 품사를 결정한 것이다. 2017년 국어원은 '잘생기다' 뒤의 요소가 동사 '생기다'이기 때문에 합성의 결과에 따라 동사로 보고 품사 정보를 수정한 바 있다. 제한적인 활용 중 '-었-'이 결합한 '잘생겼다'가 과거가 아닌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것도 동사로 분류할 수 있는 근거였다.
한국어에는 일정한 범주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이는 말들이 있는가 하면 실제로는 경계를 넘나드는 말들이 있다. 그런데 사전을 기술하다 보면 범주를 정밀하게 나눠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잘생기다', '모자라다'를 동사로 분류한 것도 사전 편찬자들의 오랜 고민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