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릉군이 36년 만에 벼농사를 다시 짓는다. 척박한 화산섬인 울릉도를 개간해 곡식이 자랄 만큼 비옥한 땅으로 만든 섬 주민들의 개척 정신과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울릉군 농업기술센터는 21일 "30년 넘게 중단된 벼농사를 부활시켜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군은 지난달부터 서면 태하리 469-12 일대 군 소유 부지 1,488㎡에서 잡초 제거와 바닥 평탄화 작업을 진행해 최근 마무리했다. 5월 모내기를 앞두고 수로 확보 공사를 진행 중이다. 품종은 조생종인 ‘운광’으로, 500㎏가량 생산 예정이다.
벼농사 부지는 본래 울릉도 개척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테마파크 조성 예정지였다. 10년 전 군이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부지를 매입했으나, 문화재가 출토될 가능성이 크고, 주변에 천연기념물이 산재해 형질 변경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착공이 지연됐다. 실제로 울릉군 서면 태하리 일대는 1882년 고종의 개척령 반포 후 명에 따라 울릉도에 첫발을 내디딘 16가구, 54명이 처음 정착한 곳이다. 지금은 울릉읍 도동리에 있는 울릉군청이 위치했을 정도로 1902년까지만 해도 울릉도 행정의 중심지였다.
군은 테마파크 대신 쌀을 재배해 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울릉 개척민의 힘겨웠던 역사를 보여줄 계획이다. 울릉지역에 사는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는 벼를 직접 재배하고 수확하는 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종모양의 화산섬인 울릉도는 평지가 거의 없어 벼농사를 지을 땅을 확보하기 쉽지 않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 벼농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1987년 쌀 4,200㎏ 수확을 끝으로 벼농사를 짓지 않았다. 수지타산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 쌀 생산 비용은 육지에서 구입해 들여오는 것보다 비쌌다. 미나리과 약용 식물인 천궁 재배도 영향을 미쳤다. "천궁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농민들이 논을 모두 갈아엎었다.
박일권 울릉군 기술보급과장은 “울릉도는 가을 태풍 때 바람이 강해 추석 전인 9월 중순 수확할 수 있는 품종을 심으려고 한다”며 “고품질 쌀이 생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