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기사 조모씨는 2021년 8월부터 1년간 월례비 2억1,700만 원을 챙겼다. 일종의 급행료인 월례비를 받은 내역이 있는 사람은 438명, 1인당 평균 5,560만 원이라는 게 정부 조사 결과다.
정부가 이 같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에 칼을 빼들었다. 법적 처벌을 강화하고, 현장 점검·단속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21일 발표한 근절 대책에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법무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나섰다.
먼저 이날 이후 월례비를 받은 건설기계(타워크레인, 굴착기, 지게차 등) 기사는 국가기술자격법상 성실·품위유지 의무 규정 위반으로 간주해 다음 달부터 최장 1년간 면허가 정지된다. 단 국가기술자격증 없이 사업자 등록만으로 영업이 가능해 적용 대상에서 빠진 레미콘 운송기사, 덤프트럭 기사 등에 대해선 상반기 내 입법에 착수한다. 월례비 등 부당하게 금품을 받거나 제공한 이를 처벌하는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은 현재 여·야 의원이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노조원 채용 강요나 협박을 통해 노조 전임비, 월례비를 요구하면 강요, 협박, 공갈죄를 적용해 즉시 처벌한다. 기계장비로 공사현장을 점거하면 업무방해죄, 위법한 파업 등 쟁위행위를 하면 노동조합법을 적용한다. 경찰은 17일까지 400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해 63명을 송치했고 1,535명을 수사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를 관철하고자 벌이는 '준법투쟁(태업)'을 막기 위해 국토부와 고용부는 안전규정을 손질한다. 예컨대 '인양 중인 하물이 작업자 머리 위로 통과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현장 내 작업자가 있으면 모든 작업을 거부하는 식으로 해석해 태업을 벌이는 걸 규정을 고쳐 막겠다는 것이다. 외국인 불법 채용을 빌미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관련 규제는 완화한다.
불법행위 단속은 늘린다. 고용부는 내달부터 4월까지 불법행위를 집중적으로 지도·점검한다. 국토부 산하 국토관리청, 시·도경찰청, 지방고용노동청 등은 신고 현장을 점검할 뿐만 아니라 상시 점검한다. 지방 국토관리청에 사법경찰권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현장은 현장감독관이 분기별로 조사·관리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발주 현장 내 불법행위를 의무적으로 조사하고 보고하게끔 올 상반기 법을 개정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공공기관은 전담팀을 꾸려 불법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 등으로 대응한다. 지난달 건설노조를 형사고소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달 중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종합건설업체인 원도급사와 감리자는 불법행위 신고 의무 등 책임이 커진다. 원도급사가 직접 계약하는 건설기계의 경우 원도급사에 엄격한 관리책임을 부여한다. 원도급사가 현장 내 하도급사가 받은 피해에 대해 직접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면 차후 시공능력 평가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 밖에 불법 하도급 사례를 공정건설지원센터에 신고하면 포상금이 지급된다. 공사대금 체불을 막기 위해 카드로 근무시간을 측정하는 전자카드제도와 대금지급시스템을 연계해 공공발주 공사 전체에 적용한다. 화장실, 휴게실 등 건설현장 내 편의시설을 확충하도록 관련 법도 개정한다.
건설사들은 정부 대책에 우려를 내비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방향성 자체는 맞지만, 정부와 노조가 강 대 강 대치로 갔을 때 새우 등 터지는 건 건설사"라고 토로했다. 이어 "작년 수차례 파업으로 공기가 밀리면서 한계에 다다랐는데 정부의 엄정 기조에 노조가 더 세게 반발해 또 공사를 멈추면 어떡하느냐"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건설현장의 모든 불법행위의 책임을 노동조합에 떠넘기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