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호남유치원이 주변 폐기물처리시설들의 악취와 소음 등을 이유로 지난 18일 마지막 졸업식을 갖고 이달 말 문을 닫는다.
호남유치원 유병철 이사장은 "올들어 200여 명의 원아 중 60여 명이 악취 등을 이유로 다른 유치원으로 전학을 갔다"면서 "2월 말로 폐원을 결정하고 지난 18일 졸업식을 갖고 144명에게 졸업장과 수료증을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유 이사장은 지난 1971년 11월 전주시 고사동에서 호남웅변학원으로 출발해 진북동, 우아동, 효자동에 분점을 신설하며 사회교육에 앞장서왔다. 1997년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 호남유치원을 건립해 부인 박경애 전 원장과 25년 동안 유아교육에 열정을 쏟았다.
하지만 유치원 인근에 2000년부터 전주권광역쓰레기매립장을 비롯해 대형폐기물처리시설, 폐기물소각장,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음식물처리시설·하수슬러지자원화시설·재활용 선별시설), 자원순환특화단지 등 각종 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악취와 소음, 비산먼지 등으로 어린이 교육 장소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전주시는 최근 또다시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수소·전지융복합사업과 폐기물재활용선별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그동안 전주시 등에게 수백번의 민원을 제기했지만 날이 갈수록 폐기물처리시설들의 기계·설비 고장등으로 악취·소음·비산먼지 등은 더욱 심각한 상태로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 위험에 처해졌다"면서 "이 같은 전주시의 폐기물처리시설 정책은 피해 영향권에 들어있는 유치원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행정으로 결국 폐원하게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2021년 전주시가 원광보건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실시한 종합리싸이클링타운 3개 시설 중 '하수슬러지자원화시설 환경영향조사'에서 악취배출농도 학교·유치원의 기준치의 30배가 넘는 수치농도가 나왔다. 지난해 5월 전주시에 제출한 종합리싸이클링타운 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악취기술진단보고서에 따르면 유입악취의 복합악취 농도는 최저 100배에서 최고 3만배로 나타났다고 유 이사장은 설명했다.
유병철 이사장은 "어린이 교육기관으로 학부모와 시민들로 부터 인정을 받아 지난 52년 동안 학원과 유치원에서 배출한 졸업생이 10만 명이 넘는다"며 "지난해 9월 취임한 장녀 유소정 원장으로 대를 이어 유아교육사업을 계승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꿈과 희망을 접을 수 밖에 없어 너무 억울하고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