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에스파와 NCT 등 일부 젊은 K팝 아이돌이 공식 석상에서 '이수만 지우기'에 나섰다. 늘 빠지지 않았던 "이수만 선생님"에 대한 감사 인사도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가 소유 지분 과반을 하이브에 매각한 뒤 열린 시상식에서 줄줄이 사라졌다. "이수만 없는 SM은 없다"고 공개 지지를 선언한 배우 김민종과 유영진 작곡가 등 일부 중견 SM 임원진과 180도 다른 행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SM 내 데뷔 10년 차 미만 일부 가수들의 '탈(脫)이수만'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형, 누나들만 있으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할 거예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에서 '유니버스'로 앨범상을 받은 그룹 NCT 멤버 도영은 수상 소감에서 단 한번도 "이수만"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SM 전 프로듀서 대신 "오래 같이 곁에서 함께해주는 형, 누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도영이 말한 형, 누나들은 NCT 앨범을 만든 SM 내 A&R(Artist and Repertoire·음악 기획)직원과 매니저 등 스태프들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A&R과 매니지먼트 부문을 총괄하는 이는 이 전 프로듀서와 경영권 다툼을 벌인 이성수와 탁영준 SM 현 공동 대표다. '걸스'로 음원상을 받은 그룹 에스파도 시상식에서 "회사 스태프 언니, 오빠들"에게만 수상의 공을 돌렸다. 이 전 프로듀서를 향한 감사 인사는 없었다.
도영이 활동하고 있는 NCT 유닛 그룹 NCT 127은 지난해 서울가요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뒤 "이수만 선생님을 비롯해 SM 모든 식구에게 감사하다"고 했고, 에스파는 2021년 멜론뮤직어워즈에서 '올해의 레코드' 상을 받은 뒤 "'새비지'란 멋진 앨범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신 이수만 선생님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수상 소감에서 매번 가장 먼저 언급됐던 이 전 프로듀서가 이번 'SM 사태' 후 젊은 가수들 입에서 잇따라 사라진 것이다. 이 SM 현 대표에 따르면, 이 전 프로듀서가 에스파 새 앨범 노랫말에 '나무 심기'란 키워드 삽입을 지시해 멤버들은 그룹 색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속앓이를 했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SM 직원 200여 명이 '반(反)이수만' 성명을 냈고 SM의 최대 주주가 하이브가 되든 카카오가 되든 SM에서 '이수만 시대'는 막을 내린 분위기"라며 "일부 젊은 가수들의 달라진 태도는 그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SM 직원 208명으로 구성된 평직원 합의체는 "이수만은 SM을 버리고 도망쳤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우리는 서울숲에 남아 SM을 지킬 것"이란 입장을 17일 냈다. SM 신사옥은 서울숲 인근에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 NCT와 에스파는 무대에 올라 "SM"이란 말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SM을 둘러싼 경영권 전쟁이 폭로전으로 번지며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갈등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하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 언급을 자제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K팝 기획사는 데뷔 10년 차가 안 되는 아이돌의 공개 발언을 검수한다. 경영권 전쟁으로 가수들이 공식 석상에서 SM을 SM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된 배경이다.
SM 경영권 전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소속 가수들이다. 샤이니 멤버 키는 13일 앨범 '킬러'를 내고 진행한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누구보다 (공연을) 하고 싶은데 회사가 뒤숭숭해서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