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류 최초로 지구 중력을 수학적으로 연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했던 중력 실험보다 무려 100년이 빠르고, 뉴턴의 중력 법칙보다는 200년 앞선 시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CIT) 연구팀이 다빈치가 남긴 고문서 '코덱스 아룬델'의 스케치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코덱스 아룬델은 다빈치가 1478년에서 1518년 사이에 쓴 과학 관련 저작이다.
연구팀의 모르테자 가리브 CIT 교수는 이 저작의 143쪽 가장자리에 적힌 항아리에서 구슬이 떨어지는 상황을 묘사한 그림과 삼각형 도형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신비한 삼각형(mysterious triangle)'이라 부르는 이 그림은 지상에서 수평으로 이동하는 항아리에서 물체가 수직 낙하하는 장면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다빈치는 항아리가 수평 이동을 시작한 지점을 대문자 A로 표시하고 항아리의 이동과 함께 구슬이 낙하한 지점에 수직선을 연결했다. 수평 이동하는 항아리에서 낙하한 구슬들은 삼각형의 빗변을 형성하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다빈치가 항아리 실험을 통해 '중력 가속도'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항아리에서 낙하하는 구슬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빠르게 떨어진다는 것을 그림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가리브 교수는 500년 전의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다빈치가 계산한 중력상수의 오차는 오늘날 측정한 값과 10% 이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빈치가 떨어지는 우박을 보고 영감을 받았으리라고 추측하고 있다.
중력과 관련한 다빈치의 스케치와 메모는 지금까지 중력을 처음으로 실험한 과학자로 알려진 갈릴레오 갈릴레이보다 100년 이상 앞선다. 가리브 박사는 지금까지 코덱스 아룬델을 미술 분야에서만 연구했을 뿐 과학적인 차원에서는 살피지 않았다며 "코덱스 아룬델과 다른 자료를 조사한다면 선구적 과학자로서의 다빈치의 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가리브 교수팀의 논문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출판하는 과학 저널 '레오나르도' 2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