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대표를 지방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의 표본으로 규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내로남불' '밀실행정'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인허가 장사' 등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제1야당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17일 한국일보가 확보한 173쪽 분량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이 대표를) 구속하지 않으면 일방적 출석 연기 등을 통해 수사·재판 절차 지연을 초래하고, 추가적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검찰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요건도 상세히 기재했다.
검찰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연상케 하는 표현을 담은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를 "성남시장 지위와 권한을 이용한 권력형 부패범죄자"로 규정한 뒤 “이 대표가 민간업자와의 불법적인 유착관계와 측근들을 통한 밀실 행정을 통해 특혜성 행정권을 발동했다"고 영장에 기재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인허가 장사'에 비유했다. 검찰은 "이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시장의 인허가권을 거래와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며 "그 과정에서 주민들을 기망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지역 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극단적으로 훼손한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전형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이 대표의 배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징역 11년 이상이 선고되는 중대 범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끼친 손해액 4,895억 원 역시 2015∼2020년 성남시 1년 평균 예산의 16%에 해당할 만큼 거액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공여 혐의도 "이 대표가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징역 11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이 대표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검찰은 "이 대표는 언론과 SNS를 통해 자신은 정치보복의 피해자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검찰 조사에선 구체적 진술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사법의 영역을 정치화함으로써 법률상 책임을 면탈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 대표의 변명은 의도적인 허위 주장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제기된 뒤 지속적으로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휴대폰을 버리라고 지시했고, 지난해 9월에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가짜 변호사'를 보내 수사 상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문건이 고속도로변 배수구에서 발견된 점도 이 대표의 증거인멸 정황으로 제시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최근에는 이 대표 최측근으로 알려진 국회의원(정성호 의원)이 구속수감 중인 정진상, 김용과 접견 내용이 녹음되지 않는 장소 변경 접견을 신청해 이들에 대한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사자성어까지 동원해 이 대표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반응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시정농단, 내로남불, 인허가 장사 등의 표현을 보면 수사팀이 이 대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구속영장이 외부에 공개될 것을 예상하고 법원에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려고 한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