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긴급 출국금지' 무죄 이유 "재수사 기정사실, 정당성 인정"

입력
2023.02.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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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위법한 측면이 일부 있었지만
당시 긴급 상황 감안하면 선택 불가피
"법률적 요건 미비가 직권남용은 아냐"
일각 "목적이 수단 정당화 우려" 비판도

법원이 15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전 법무부·외국인 출입국 정책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절차적으로 일부 위법한 측면이 있었지만,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행위에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긴급했던 상황... 긴급 출국금지 선택 불가피"

검찰 재수사가 임박했던 2019년 3월, 이 검사는 항공기 이륙시간 1시간 30분 전에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판부는 당시 이 검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일반 출국금지', '긴급 출국금지', '출국 허용' 세 가지뿐이었다고 봤다. 일반 출국금지의 경우 요건은 맞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김 전 차관 출국을 허용하면 재수사가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이같은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을 때 당시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 당시 중대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가 아니었음에도 이 검사 등이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 전 차관에 대해선 어떤 범죄 혐의도 없는 무고한 일반인과는 달리 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 전 차관 재수사가 기정사실화된 상태였고, 법무부 등에서 이전에 일반 출국금지를 검토했을 만큼 상황이 긴박했다는 취지다.


"결과적으로는 위법했지만, 직권남용까진 아냐"

다만 수사팀이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등 혐의 입증에 실패하면서, 출국금지의 법률상 요건인 '혐의의 상당성'은 갖추지 못한 셈이 됐다. 재판부도 출국금지가 결과적으로 위법한 조치가 된 점을 인정했다. 김 전 차관의 혐의가 긴급하게 출국을 막아야 할 만큼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를 '사후적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긴급 출국금지 당시의 상황을 토대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긴급 출국금지를 실행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직권남용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검사 등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는 수사를 이어가기 위해 출국금지 조치했다는 점도 무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당사자의 해외 도피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개인적 이익이나 불법적인 목적을 위한 것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같은 논리로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도 무죄로 봤다. 검찰은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또는 내사가 진행 중인 것처럼 긴급 출국금지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보고서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사실관계라기보다는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기관 판단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날 재판부의 무죄 판단 논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긴급 출국금지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일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죄를 묻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시 긴급 출국금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이해되지만 양형에 참작할 요소로 보인다"며 "이를 유·무죄 판단의 기준으로 삼으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