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표절 두둔' 창비와 갈등 발단 됐던 에세이 출간

입력
2023.02.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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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표절 다룬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창비와 계약 해지 후 다른 출판사서 출간
"표절이란 개념 무너뜨려"…창비 재비판

장강명 작가가 에세이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출간했다. 신경숙 작가 표절 사건을 다룬 대목에 대한 출판사의 수정 요청으로 갈등을 겪은 끝에 지난해 10월 미디어창비와 출판 계약을 해지했던 책이다. 작가는 계약 해지 과정에 대한 설명과 자신의 입장을 덧붙여, 표절을 두둔한 창비(미디어창비의 모회사)를 거듭 비판했다.

장 작가는 이번 책에서 먼저 "신경숙 작가의 사과가 썩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그를 둘러싼 비난이 과도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창비의 해명"이라며 창비의 행태를 겨냥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가 불거진 2015년 당시 창비가 내놓은 해명('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으나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글쓴이의 의도를 알 수 있는 사람은 본인 외에는 아무도 없으므로, 사실상 표절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너진다"고 꼬집었다.

창비라는 대형 출판사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도 분명하게 비판했다. 프로스포츠에서 거대 구단이 일종의 경기 규칙을 무너뜨린 행위와 같다는 주장이다. 그는 "업계에 영향력이 큰 구단이 그 영향력을 나쁘게 행사하려 든 만큼 더 크게 비판받아야 한다"고 썼다. 그의 이 같은 내용은 소제목 '출간 계약을 해지하며'라는 글에 '덧붙임' 형식으로 쓰였다.

본래 책을 출간키로 했던 미디어창비는 편집 과정에서 "신경숙의 표절을 창비가 궤변으로 옹호하며 표절의 기준을 무너뜨리려 한 데 대해 한국작가회의는 끝내 아무 논평도 내지 않았다"는 문장에 대한 삭제 및 수정을 요청했다. 이후 작가의 반대로 이 문장을 수정하지 않았으나, 출간 직전 출판사가 이 책을 창비 공식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홍보하지 않겠다고 한 방침을 세운 사실을 장 작가가 뒤늦게 알게 되면서 갈등은 깊어졌다. 결국 이 문제로 출판 계약을 해지했다. 또 당시 담당 편집자였던 이지은씨가 퇴사했고, 원고는 이씨가 차린 1인 출판사 '유유히'를 통해 출간됐다.

신간에는 '채널예스' 등을 통해 발표한 글 49편이 수록됐다. 소설가의 일상, 창작과 돈벌이에 관한 고민 등을 다뤘다. 원문을 그대로 싣되 후기를 '덧붙임' 형태로 추가해 완성했다. 저작권 문제, 고료 체불, 출판사·편집자와의 관계 등에 대한 비판적 글이 적지 않게 담겼다. '작가의 말'에는 작가의 사생활에 대해 쓰면서 한국 문학·출판과 관련된 공적인 이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명 아닌 해명도 적혀 있다. 그는 한국 문학·출판에 대해 "어느 부분은 후지다고 보았고 그런 의견을 숨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서 사랑하는 만큼 "조곤조곤 말할 수 없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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