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지지자들을 향해 "문자 폭탄, 댓글 폭탄을 보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강성 지지층의 표적이 되고 있는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위로하면서 이들에게 당직을 맡겼다. 검찰이 금명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를 감안한 단일대오 강조 차원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지지자들과의 소통 행사에서 "다르다고 비난하고, 선 긋고, 싸우면 나밖에 안 남고 왕따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행사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 자리에 비명계로 분류되는 초선 이소영 의원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며 공개적으로 위로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현장 대변인을 맡았지만,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강행을 계기로 비명계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대표: "요즘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명계를 비난하는 은어)이라고 문자가 오나?"
▶이소영 의원: "처음 만나는 당원이 '수박이세요?'라고 묻더라.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 '낙선 운동을 해야 할 수박 랭킹'을 매기는데 내가 1등에 올랐다. 이해가 안 되고 억울했다. 수박이란 말은 안 썼으면 좋겠다."
▶이재명 대표: "문자 폭탄을 보내고 수박 랭킹을 매기면 랭킹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나를 원망하지) 누굴 원망하겠느냐. 결국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되고 결국 다 떨어져 나가고 소수가 된다."
이 대표가 지지층에 문자 폭탄을 만류하는 와중에도 유튜브 생중계 댓글엔 간간이 이 의원을 '수박'이라고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대표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공천 불이익' 우려에 대해서도 진화에 나섰다. 최근 당 정치혁신위원회가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당원 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강성 지지층의 평가가 내년 공천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이 대표는 "그런 식으로 바꾸면 (지지층이) 기분은 좋을지 몰라도 분란이 많을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지금은 균열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한 오해를 없애고, 평가 기준도 웬만하면 바꿀 필요 없고 룰도 손대지 말고 안정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친명계를 자처하는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이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면서 제기된 논란에도 "'이재명 대표가 보내서 왔다'고 한다던데, 그런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대선 공약인 기본소득을 구체화할 당내 기구 '기본사회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 대표가 위원장, 총 13명의 의원이 부위원장을 맡았는데, 이 가운데 이개호(3선), 김교흥 김성주 박정 송갑석 송옥주 어기구 정춘숙(이상 재선) 의원 등 비명계가 다수 포함됐다.
한편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금명간 결정할 것이라는 소식에 대해 "이해가 잘 안 간다"며 "내가 어디 뭐 도망을 가겠나, 물증이 있으면 언론에 공개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