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30만 관중 시대' 눈앞...축포 쏠 자격 있나

입력
2023.02.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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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의 인기가 최절정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불굴의 정신이 도화선이 됐고, 2022~23시즌은 '배구 여제' 김연경의 국내 복귀로 배구 코트는 더욱 뜨거워졌다. 그 결과 경기장에는 지난 13일까지 총 23만4,000명이 넘게 찾으면서 역대 최고 관중 수를 찍었고, 사상 첫 '30만 관중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인기와는 별개로 여자배구를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팬들이 많다. 가장 기본적인 '선수 인권'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지난 11일 관중들과 TV 시청자들은 차마 보지 말아야 할 광경을 보고 말았다. 이날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흥국생명(2위·승점 60)과 IBK기업은행(6위·승점 34)의 경기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3세트 도중 흥국생명의 주장 김미연이 상대 선수의 '더블 콘택트(한 선수가 두 번 연달아 공을 터치하는 것)'에 대해 심판에 항의했다. 김연경도 오른팔을 위로 들며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문제의 장면은 그다음에 이어졌다. 김호철 기업은행 감독이 김연경의 항의 동작을 따라 하며 상대 선수를 직접 저격했다. 그러자 작전타임으로 벤치에 들어가던 김연경이 갑자기 김 감독을 향해 "나한테 왜 그러느냐"며 얼굴을 붉히는 광경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또한 상대 벤치 쪽을 향해 김 감독의 거침없는 입모양도 문제였다.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에선 '김호철 욕설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만약 욕설을 했다면 이는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사안이다. 더군다나 심판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14일 한국배구연맹(KOVO)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김호철 감독과 묵인한 심판진 징계하라" "KOVO는 더 이상 방관 말고 책임지라" 등 100여 개의 항의글이 쏟아졌다. "KOVO가 공식적인 조사와 징계,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 여자배구는 선수 트레이드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지영이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친정팀' GS칼텍스가 '경기 출전 제한' 조항을 넣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선수 인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팬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KOVO는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문화체육관광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유권해석을 맡기지 않아도 선수의 권익이 침해되고 공정성이 저해되는 계약임은 자명했다. 당시에도 팬들은 "출전 금지는 선수 인권 침해" "선수의 출전 제한은 승부 조작과 다름없다" 등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왜 매번 여자배구는 편하게 보는 법이 없나"라는 말이 나온다. 불과 얼마 전 흥국생명의 '상습적' 감독 경질도 배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연이어 터지는 잡음은 배구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실수도, 사과도 한두 번이다. 끊임없는 '비상식'의 연속은 팬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