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때문에 학대가 드러나지 않은 12세 인천 아동 사망 사건처럼 학교에 가지 않는 '미등교 아동'의 경우 학대 피해를 당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대 피해아동 6, 7명 중 1명은 재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 40명 중 절반에 가까운 19명(47.5%)이 교육기관을 다니지 않은 '미등교 아동'이었다. 학대 행위자는 친부모인 경우가 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번 인천 학대 사건과 통계 등을 보면 미등교 아동은 아동학대의 사각지대다. 아동의 외출이 적어 학대 발견 가능성이 낮고 교육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쉽지 않아 빠른 분리 조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에서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숨진 12세 아동도 등교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부와 계모는 담임교사의 수차례 연락에도 "필리핀 유학 준비를 위해 홈스쿨링하고 있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홈스쿨링을 핑계로 학교에 나오지 못한 아동이 숨진 사건은 과거에도 발생했었다. 2016년 3월 충북 청주에선 친모와 의붓아버지가 딸을 학대하다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 5년 만에 들통났다. 2011년 12월 아동은 만 4세로 숨졌는데, 친모가 학교에 취학통지서를 제출하는 등 고의로 사망 사실을 숨겼다. 학교는 당시 부모에게 딸이 등교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지만, 부모는 가정형편을 이유로 홈스쿨링을 하겠다며 교사의 가정방문을 거부했다.
미등교 아동 못지않게 원가정 복귀도 아동학대의 주요 문제로 꼽힌다. 2021년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된 3만7,605건 중 3만1,804건(84.6%)의 아동이 분리 조치 없이 원가정 보호(보호체계 유지)가 결정돼 가정으로 돌아갔다. 학대 행위자의 절대다수는 부모(3만1,486건, 83.7%)인데, 피해아동이 학대 가해자와 다시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는 셈이다.
원가정 보호 원칙은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은 물론 아동복지법에도 명시돼 있다.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게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학대 상황에 대한 개선 없이 원가정 보호 원칙만 앞세우면 아동은 또다시 학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중 2021년에 신고가 접수된 재학대 사례는 5,517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건수의 14.7%다. 2021년 학대를 당한 아동 6, 7명 중 1명은 재학대를 당했다는 뜻인데, 이 비중은 2019년 11.4%, 2020년 11.9%로 매년 커지고 있다. 재학대 가해자의 96%는 부모였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고자 지난해부터 아동학대 후유증 회복과 재학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형 가정회복 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현재 85개소인 아동보호전문기관도 2025년까지 120개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