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명품 소비 1위… 자정이 필요하다

입력
202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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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 금액이 세계 1위라고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30위 정도이다. 경제 수준에 비해 사치품 소비 성향이 강한 것이 뚜렷하다.

통계가 아니더라도 사치품 선호 현상이 심해지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샤넬 가방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꼭두새벽부터 줄 서는 것이나 신차 구매하는 친구들 중에 대부분이 독삼사(벤츠, BMW, 아우디)나 테슬라를 선택하고, 비싼 가격에도 대기 수요가 밀려서 출고까지 거의 1년을 기다리는 것, 골프가 대중화되고 고가 의류와 장비가 기본이 되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특히 아직 사치품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10대와 20대 초중반도 명품 구매 행렬에 탑승한 것을 보면 사치품에 대한 열망은 세대와 소득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어려서 돈이 없으면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라도 사치품을 구매한다.

이러한 사치품 선호에 미디어가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일상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자랑하는 유명인들의 모습이 일상을 강하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어린 세대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해외 사치품 브랜드의 모델이 되면서 사치품 선호 문화가 10대들까지 확산된 듯하다. 그동안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 연예인들이 세계적 인기를 얻는 모습이 마냥 자랑스러웠다. K팝 가수들의 퍼포먼스 수준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명품을 휘감고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이 자신감과 세련됨의 표현으로 보였다. 그들이 세계적인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되어 파리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초청받는 것을 볼 때도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올라간 것을 실감하며 뿌듯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정 작용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국력이 강화되었다지만 1인당 명품 소비 금액이 전 세계 1위를 차지할 일인가. 1인당 국민소득이 훨씬 더 높은 국가나, 명품 브랜드의 원산지 국가들도 한국만큼 '평균적으로' 사치품을 많이 소비하지는 않는다. 이런 과소비에 대한 집단적 욕망이 어디에서 왔는지 고찰하고 미디어가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 견제해야 한다.

사치품 소비에 대한 갈망은 단지 돈을 좀 더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임금만으로 자산 가격 상승을 따라잡기 힘들어졌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단지 의류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외식, 여행, 생활의 모든 것에서 높은 가격의 상품에 노출되고 있다. 의류 브랜드 상품은 무리하면 어느 정도 구매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이나 생활의 모든 것을 미디어에 노출되는 부자들의 수준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것을 그냥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나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든지, 누리지 못하면 불행한 것이라고 느끼면 끝이 없다. 특히 이러한 괴리 속에서 어떤 이들은 실제로 부자가 아니지만 부자처럼 보이려고 더 무리해서 생활 수준을 꾸며 내는데 이것은 부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실제로는 가난해지는 꼴이다. 소득 수준에 비해 과한 소비를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진정 내가 원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나 주변 환경에서 조장된 것일지도 모른다.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