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저조했던 카드사의 카드론 수익률이 지난해 4분기 '깜짝' 반등했다. 조달금리 상승으로 카드론 운용 규모가 축소된 반면,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나타난 '불황형 이익'으로 풀이된다. 이 와중에 일부 카드사들은 실적 개선을 이유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중저신용자들로부터 고금리를 챙겨 주머니를 두둑이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전업카드 7곳(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및 비씨카드의 카드론 평균 수입비율은 3개월 전 대비 1.01%포인트 상승한 13.31%였다. 카드론 수입비율은 신용카드사가 카드론을 운용한 총 자금 중에 고객에게 받은 수수료, 이자 등의 비율을 연이율로 환산한 것이다. 수입비율 13.31%는 카드사가 100만 원을 빌려준 대가로 챙긴 수수료와 이자 금액이 연 13만3,100원 수준이란 뜻이다.
카드론 수입비율이 1%대로 높아진 것은 이례적이다. 직전 세 분기 연속 하락(1분기 12.65%→2분기 12.35%→3분기 12.3%)을 거듭했으나, 최근 3개월 새 급격히 반등했다. 카드사별로는 전분기 대비 1.99%포인트 급등한 삼성카드의 수입비율(15.49%)이 가장 높았으며 KB국민카드(14.29%)와 우리카드(14.13%), 롯데카드(14.01%)가 그 뒤를 이었다.
카드업권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조달금리가 상승하면서 수입비율의 분모에 해당하는 카드론 규모는 되레 줄었다. 실제 지난해 전업카드 7곳과 비씨·NH농협카드의 카드론 이용금액은 전년(50조7,600억 원)보다 5조 원 넘게 감소한 45조1,790억 원이었다. 일부 카드사는 지난 연말부터 저신용자 고객의 카드론 한도를 줄이기도 했다.
이에 반해 수입비율의 분자 격인 카드론 이자율은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올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카드 7곳의 카드론 이자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평균 12.02~14.42%였으나, 3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엔 14.1~16.36%로 상승했다. 이 또한 조달금리 상승이 원인이었다.
카드론 대출 문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고금리 차주인 저신용자만 남았다는 게 카드업권의 설명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해 1월 카드론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시킨 것도 영향을 미쳤단 분석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조달환경 악화로 카드론 공급 축소가 불가피했다"며 "이 과정에서 우수 고객들의 이용이 줄어 수입비율이 일시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일회성 실적개선이고, 불황형 이익인데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카드는 지난해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등 다른 카드사도 작년보다 많은 성과급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 수입비율은 상승했으나 이용 규모는 증가하지 않아, 성과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