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급' 대외 행보 복원하는 김건희 여사

입력
2023.02.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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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적지 않더라" 尹 언급이 신호탄

대선 때 '조용한 행보'를 약속했던 김건희 여사가 영부인으로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봉사활동에 그쳤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기조가 달라졌다. 얼마 전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과 오찬을 한 데 이어 31일에는 정부 차원 행사도 홀로 소화했다.

김 여사는 이날 경기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디자인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디자인 관련 협회와 단체,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정부 측에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함께했다. 이 장관의 격려사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 여사는 “디자이너는 문제 해결자로서 늘 세상 속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디자인은 이미 국내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중심 속에서 많은 기대와 성원 속에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제가 이 자리에 오늘 같이 참석할 수 있게 돼서 개인적으로 감격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저를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이에 앞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고, 이후 용산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순방을 통해 인연을 맺은 캄보디아 소년 옥 로타(14) 가족들을 만났다.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 로타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심장병 수술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로타네 집을 직접 방문했고, 로타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로타가 어릴 때부터 심장질환을 앓아서 축구를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은 윤 대통령이 축구공을 선물했고, 제법 공을 잘 차는 로타 군과 함께 공을 던지고 받는 볼 리프팅을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김 여사의 늘어난 공개 행보 배경엔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선 김 여사의 활동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선거 때는 (당선되면) 영부인이 특별히 하는 일이 있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취임해보니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더라”고 답했다. 이 말을 신호탄으로 김 여사 일정은 과거 영부인들 수준으로 복원돼 가고 있다.

다만 조용한 내조를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과 상반된 행보를 하면서도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사전에 국민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없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야당이 제기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만큼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우리 사회의 약자, 대통령이 함께하지 못하는 행사와 격려의 자리에 참석하고 있다"며 "전시기획자로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문화계와)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계기도 자연스럽게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공세를 펴고 있는 주가조작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당당하게 공개 일정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