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FIFA 마케팅 계획에 '현대차·기아'가 없다

입력
2023.02.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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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24년 동안 후원한 인연
보통 만료 전 장기 계약으로 갱신하지만 
카타르월드컵 이후 마케팅 준비 올스톱


국내 유일의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기아의 월드컵 마케팅 시계가 멈췄다. 1999년부터 24년 동안 FIFA와 손잡았던 현대차·기아의 FIFA 후원 계약이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마무리된 터라 업계 안팎에선 FIFA와의 결별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기아는 현재 FIFA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상태다. FIF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 스포츠단체들과의 후원은 기업이 오랜 계획을 세워 장기 계약으로 진행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그룹 경영진에서도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FIFA와도 대화 중"이라고만 했다.



다섯 달 남은 여자월드컵 홈페이지서 빠진 현대차·기아


현대차·기아가 FIFA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조짐은 7월 초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리는 2023 FIFA 여자월드컵 공식 후원사에서 빠지면서 튀어나왔다. 개막을 불과 5개월 앞둔 현재까지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 당시 국내에서 전개됐던 '트로피 투어'나 '현대 베스트 영 플레이어 어워드(신인상)' 수여 등 프로그램 준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실제 2023 여자월드컵 홈페이지에도 현대차·기아 없이, 아디다스와 코카콜라, 완다그룹만 FIFA 공식 파트너(Partners)에 이름을 올렸다. FIFA 공식 파트너는 공식 스폰서(Official Sponsor), 공식 지역 서포터(Official Regional Supporter) 등 FIFA 후원사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현대차·기아는 지난 2019년 대회까지 꾸준히 공식 파트너로서의 권리사항을 누려왔다.




‘현대차·기아라면 당연히?’ 마케팅도 가성비 시대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FIFA 후원 연장 결단을 내리지 못한 배경으로 ①지난 24년 동안 국제적 인지도를 충분히 쌓아 올렸고 ②호주오픈 테니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등 스포츠 마케팅 영역을 넓힌 점 ③FIFA 후원에 필요한 금액이 불어난 점 등을 꼽는다.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서 FIFA 고위 인사들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FIFA를 향한 국제사회 시선도 따가워졌다.

제일기획과 이노션 등에서 국제 스포츠대회 마케팅 업무를 두루 맡았던 박재항 한림대 겸임교수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스폰서십은 국제 무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이었다며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IOC 공식 후원을 한 삼성이나 1999년 미국 여자월드컵부터 FIFA와 손잡은 현대차그룹 모두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룬 셈"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FIFA 후원을 계속할지를 놓고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신규 투자처 수두룩하지만…"FIFA 손 쉽게 놓지 못할 것"



실제 현대차는 최근 수년 사이 '현대차라면 당연히' 참가할 것으로 여겨졌던 국제 행사에 불참하거나, 가성비를 꼼꼼하게 따지며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아이오닉6를 해외 행사 대신 부산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파리모터쇼는 물론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도 불참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10조 원, 기아는 7조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잭팟을 터뜨렸지만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24% 증가한 10조5,0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미래 기술력 확보 및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 등에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FIFA 후원사 자격을 쉽게 내려놓지 못할 거란 관측도 만만찮다. 국내 스포츠마케팅 관계자 A씨는 "FIFA의 손을 한 번 놓으면 다시 손을 잡기 어려워진다"며 "2026년 남자 월드컵 개최지인 북미 자동차 시장이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결별을 결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박 교수 역시 "현대차·기아가 고민할 시간은 남아 있다고 본다"며 "대회가 임박해 후원을 결정하더라도 홍보 캠페인을 벌일 수 있는 역량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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