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네티컷주 리치필드 다운타운 서쪽 교외에는 ‘갤로스 레인(Gallows Lane)’이란 이름의 왕복 2차 도로가 있다. 약 11km 한적한 오르막길을 오르면 갤로스 힐이 나타나고, 거기 지금은 ‘공원묘지’라 불리는 ‘성 앤서니 공동묘지’가 있다. 갤로스는 ‘교수대’란 뜻이고, 옛적 그 언덕은 실제 처형장이었다. 독립전쟁 이후, 알려진 바 미국 최초 ‘대량 살인’의 범죄자 버넷 대븐포트(Barnett Davenport, 1760~1780)도 저 길을 따라 언덕으로 끌려가 채찍 40대를 맞은 뒤 교수형을 당했다.
대븐포트는 만 16세에 대륙군에 입대해 독립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이웃의 말을 훔치는 등 자주 말썽을 부렸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기도 전인 1780년 초 탈영한 그는 2월 3일 밤 자신이 일하던 제분소에 침입해 주인 농부와 아내, 만 9세 손녀를 죽인 뒤 귀중품을 털어 도주하며 불까지 질렀다. 그 불로 만 6세와 4세 손자 둘도 숨졌다.
그는 약 엿새간 인근 산 속 동굴에 숨어 지내다 체포돼 재판에서 책형과 사형을 선고받았고, 그해 5월 8일 갤로스 힐 처형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형됐다. 기록에 따르면 그의 시신은 ‘악행의 대가를 일깨우기 위해’ 며칠간 현장에 방치됐다고 한다. 그의 사건은 기독교적 교화-구원의 윤리에 기반한 범죄(자)에 대한 통념을 뿌리부터 흔들며 신생국 미국의 범죄와 법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됐다는 평을 듣는다.
대량 살인은 한 번에 같은 공간에서 3건 이상 빚어진 살인으로, 시차를 두고 일어나는 연쇄 살인과 구분된다. 대량 살인의 수법은 주로 방화였지만, 총기가 개량되면서 최근에는 아예 ‘대량 총격’이란 표현이 대량 살인을 대체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일어난 대량 살인은 2006~2022년 535건으로 모두 2,793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