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통일 갑자기 올 수도...북한 주민 실상 정확하게 알려야"

입력
2023.01.27 17:30
통일부·보훈처·행안부·인사처 업무보고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북한 인권 실상과 정치 상황을 우리 국민들이 잘 아시도록 알려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통일부에 주문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순위에 놓고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부·국가보훈처·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의 업무보고를 받은 후 이같이 강조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통일부의 업무 성격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비할지 미래뿐 아니라 현재 문제를 다루는 곳도 통일부"라고 정의했다. 이어 "통일은 갑자기 찾아올 수 있으니 준비된 경우에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며 북한 인권 실상과 정치 상황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통일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고, 통일이 되려면 북한과 우리, 주변 상황 모두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가 기본적으로 한민족이라는 생각은 좋은데, 감성적 접근 대신 냉철한 판단, 준비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지 않고 있는 북한과 우리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하나의 정치·사회 공동체로 가겠다고 하는데, 북한 주민이 어떤 상태에서 살고 있는지 우리 국민이 모른다면 통일은 말이 안 된다"면서 "탈북자들을 통해서 얻은 다양한 정보들을 통일을 위해 활용하고, 또 국민들이 전부 공유할 수 있도록 다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에는 '보훈 문화'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적의 침략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국가의 안보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신 분들도 보훈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제복 입은 공직자분들이 해당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재정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일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시고 헌신하신 분과 그 가족들이 제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의 확산"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그분들을 인정해드려야 한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이분들을 위해 세금이 쓰이는 것을 국민들이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尹 "재난 대응, 과학에 기반한 시스템 마련해야"

행안부에는 이태원 참사 등 각종 재난에 대한 대응 시스템 마련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재난대응의 기본은 예방과 사후 조치 등 모든 면에서 위험에 노출된 국민들에게 정보를 빨리 전달하는 정보시스템"이라며 "과학에 기반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전달과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가는 행인한테 책임을 물을 수 없듯이 이 사람한테 무슨 권한과 의무가 있어야만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겨냥한 책임론이 불거졌던 상황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윤 대통령은 "재난대응 관련 부서의 권한과 책임 명확화, 재난안전과 관련한 시장화, 산업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부가 비영리민간단체에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단돈 10원이라도 누가 어디에 썼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행안부에 거듭 지시했다.

尹 "챗GPT 써보니 훌륭…공무원들 잘 활용해야"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를 사용해본 경험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도 대통령 신년사를 챗GPT가 한번 써 보게 해서 제가 받아봤는데 그럴듯했다. 몇 자 고치면 대통령 신년사로 나가도 (될 정도로)"라며 농담을 했다. 이어 "옛날엔 과천 청사에서 어느 부처 장관이 새로 부임했는데 2주 동안 불이 밤 12시까지 켜 있더라고 하더라"면서 "알고 보니 업무를 모르는 사람이 장관으로 오니까 그런 것을 했다는 것인데 챗GPT가 있으면 2주 동안 밤 안 새고 하루만 해도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잘 연구해서 우리 공무원들이 불필요한 데 시간을 쓰지 않고 국민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에너지를 쓰도록 행안부에서 잘 리드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인식, 안정되게 정년까지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공직을 택한다는데 저는 그런 공무원 별로 환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혁신처에 "우수한 인재들이 더 좋은 보상 체계와 여건이 있음에도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기며 공직에 모여드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라며 우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주문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