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피부의 장근석 "스스로를 부숴 버리고 싶었다"

입력
2023.01.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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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로 5년 만에 연기 복귀
연쇄살인 사건 쫓는 형사 역할 맡아

2023년,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은 2006년 폰지 사기 사건의 피의자 '노상천'(허성태). 그런데 그 용의자가 8년 전 이미 죽은 사람이라면? 쿠팡플레이가 27일 공개하는 범죄 스릴러 시리즈 '미끼'는 그렇게 시작된다. "노상천은 살아 있다"고 외치는 사기 사건 피해자들 사이에서 형사 구도한(장근석)은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장근석의 모습은 낯설다. 5년 만에 돌아온 장근석은 ‘아시아 프린스’의 말간 얼굴 대신 거친 피부와 수염을 내보인다. 이런 외적 변화 못지않게 절제된 연기도 돋보인다. "장근석이 (의상이) 단벌인 역할은 ('미끼'가) 처음이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는 허성태의 말처럼, 많은 것을 덜고 지워냈다.

장근석은 2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도한 역에 대해 "스스로를 한번 부숴 버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서 "(5년간) 인고의 시간 동안 느꼈던 목표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는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자신이 맡은 살인 용의자 피어슨 역할을 떠올렸다. 장근석은 "(그때) '저 친구가 저런 연기를 할 줄도 아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카타르시스가 있었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도 "(캐스팅) 최종 결정 전 (장근석과) 술을 마셨는데 '이 친구도 나이를 먹었구나. 진짜 성인이 됐구나' 하는 느낌을 물씬 받았다"면서 "'구도한'이라는 캐릭터를 장근석이 잘할 수밖에 없겠구나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말했다.

감독의 믿음이 있었지만 장근석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그는 "촬영 전에 겁도 많았고 잘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 들어 몇 달간 레슨을 받았다"면서 "어릴 때 가졌던 연기의 흥분감과 기대감이 떠올랐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 것 하나하나가 의미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시청자들도 이 미끼를 물게 될까. 곳곳에 흩뿌려진 떡밥들이 어떻게 회수될지가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장점은 뚜렷하다. 자극적인 소재와 궁금증을 유발하는 플롯에다 조연들의 연기도 감칠맛 난다. 요즘 드라마 흥행의 필수 조건인 '신 스틸러 빌런'도 갖췄다. 주특기인 악역 연기를 펼치는 허성태는 “('미끼'로) 악역의 종합 백과사전을 쓰고 싶다”고 호언했다.

다만 세 가지 시점(2006년, 2011년, 2023년)이 교차하는 극의 진행이 미스터리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면도 없지 않다. 김 감독은 "시간대의 변화가 과거 회상 느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동시간대 일어나는 사건처럼 보이길 원했다"고 부연했다. 파트 1은 총 6회로 27일부터 매주 2회씩 공개된다. 파트 2는 상반기 중 공개 예정이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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