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설 연휴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나라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설 연휴 전 6박 8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순방에서 세일즈 외교에 성공한 윤 대통령이 성과를 이행하기 위해선 각종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이 선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스위스 다보스에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만남을 설명하며 “규제, 노동 이런 모든 시스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우리 제도를 정합시켜 나가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투자도 하지 않을 것이고, 또 국제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우리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서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혁신 허브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을 통해 글로벌 기업들과 국가들의 한국 진출·협력 의사를 확인했지만 국내 규제를 글로벌 수준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실제 투자와 협력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국가 정상화' 과정과 동일시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도 "올 한 해 2023년엔 국가 정상화, 일류 국가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로 정부 시스템을 바꾸어 나가자"며 "국가 정상화란 이 나라를 일류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예를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가 모여 경쟁하고, 가장 좋은 것이 선택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 미국 등의 사례를 국무위원들이 연구하고 점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과학기술을 육성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UAE 국부펀드의 300억 달러 투자 유치는 UAE가 어느 나라와도 맺지 않은 압도적이고 전례 없는 규모”라며 “원자력·에너지·방산 등 전통적인 협력 분야는 물론이거니와 수소·바이오·스마트팜·디지털 전환·메타버스 등 미래 성장 동력까지 50여 건에 달하는 협력 약정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300억 달러 투자는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에 명시됐지만, 세부적인 시기와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것을 고려해 “관계 부처는 한국-UAE 투자 협력 플랫폼 구축 등 국부펀드 투자에 관련된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직접 수출전략회의와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해 300억 달러 투자 이행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향후 순방 외교와 국정 운영의 중심에 ‘경제’를 앞세우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다. 복합 위기를 돌파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며 “여기 계신 국무위원들 한 분 한 분 모두 다 이 나라의 영업사원이라는 각오로 뛰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구룡마을 화재와 한파를 언급하며 관계부처의 안전관리를 당부했다.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의무 조치가 ‘권고’로 전환되는 것과 관련해선 “그간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인내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우리 모두 코로나로부터 조속히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