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반정부 시위 격화에 유명 관광지 마추픽추까지 폐쇄

입력
2023.01.22 11:04
시위대의 쿠스코 공항 습격이 계기된 듯
마추픽추, 매년 150만 명 찾는 관광 명소

페루 정부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유명 관광지인 마추픽추를 무기한 폐쇄했다. 이로 인해 마추픽추를 보러 온 관광객 수백 명의 발이 묶였다

BBC에 따르면 페루 문화부는 2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사회적 상황과 방문객 안전을 위해 잉카 트레일과 마추픽추 폐쇄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페루에서는 지난해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반란 및 음모 혐의로 구금됐다. 이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전국 단위의 시위를 한 달 넘게 벌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4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음에도, 19일에는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시위대 수 천 명이 수도 리마에 모여 방화와 시설물 점거를 일삼는 등 더욱 격화된 양상을 보였다.

반정부 시위대의 연이은 쿠스코 공항 습격이 이번 결정의 계기가 됐다. 쿠스코 공항은 마추픽추로 들어가기 위해 꼭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그러나 쿠스코에서의 무력 충돌이 잦아지면서, 공항 인근에 있던 시민 1명이 사망하고, 공항 내부에 있던 시민 50여 명이 부상을 입은 일도 있었다.

이번 정부 조치는 마추픽추를 방문하기 위해 쿠스코 공항에 내리는 관광객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마추픽추는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15세기 잉카 문명의 요새로, 매년 전 세계 15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명소다.

AFP통신은 이날 유명 관광지 마추픽추가 기한 없이 문을 닫게 됨에 따라 전 세계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 수백 명의 발이 묶였다고 보도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달에도 쿠스코 공항은 무력충돌로 여러 번 일시 폐쇄됐다. 해발 2,430m의 고산 지대에 위치한 마추픽추로 이동하기 위해선 열차를 타야 하는데, 이마저도 지난주 운행이 중단됐다. 이에 당국이 이동할 방편이 사라져 유적지 인근에 기약 없이 머물던 관광객 수백 명을 지난달 구조하기도 했다.

한편 페루의 시위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 중 확인된 사망자 수는 50명을 훌쩍 넘겼고, 지난 9일 하루 동안 시위 참여자 17명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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