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돌봐온 중증장애인 딸을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60대 여성에게 엊그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검찰이 12년 구형한 것을 감안하면 큰 선처이다.
법원은 살인에 이르게 된 과정에 국가의 지원 부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 부족도 이번 사건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로지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딸은 난치성 뇌전증에 좌측 편마비가 있었고 지적장애와 뇌병변을 가진 중증장애인이었다. 대장암 3기 판정까지 받아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피고인은 지난달 최후진술에서 “당시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볼까 걱정돼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 역시 수면제를 먹고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가 살아남았다. 피고인은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고 오열했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20대 발달장애인 딸을 숨지게 한 50대 여성에게 징역 6년이 선고됐다. 그는 암투병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받아 주는 시설이 드물고, 활동지원사들도 기피해서 온전히 가족들에게 돌봄이 맡겨지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기준 광주시에서 시범운영 중인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지원 체계’를 2024년 6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 올해 4월부터 발달장애인 가정의 경조사나 보호자의 입원 등의 상황이 생겼을 때 일시적(1주일) 24시간 긴급돌봄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이런 사업들은 절실한 가정을 대부분 품어줘야 실효성이 있다. 최중증 돌봄은 아직 정확한 돌봄 대상을 확정하지 못했고, 긴급돌봄도 광역지자체 단위여서 곳곳에 혜택이 돌아가지 못한다. 예산을 빡빡하게 편성해서 필요한 사람이 받지 못하는 허울뿐인 제도가 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