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 수원시 보안 전문기업 에스원 통합관제센터. 서울의 한 무인 편의점에 들이닥친 취객이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이 화면에 잡혔다. 폐쇄회로(CC) TV가 특이한 상황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현장을 비췄기 때문. 관제사는 방송으로 현장에 경고 음성을 내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 동안 빠르게 늘어난 무인매장은 새롭게 떠오르는 범죄 표적 중 하나다. 관제사들은 지능형 CCTV나 출동요원 가슴에 걸린 개인휴대기기(PDA)를 통해 이상 발생 현장을 지켜보면서 고객과 출동요원, 필요할 때는 경찰·소방까지 연락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둔 이날은 출동요원과 관제사 모두 경계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침입 절도를 시도하는 범죄자가 노리는 귀금속점이나 은행, 휴대폰 대리점 등에서 실제 도난사건은 명절 연휴보다 외려 직전에 많이 일어난다. 한문수 수원관제소장은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명절은 편하게 보내려고 그러는지 직전 시점을 노려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실제 명절 기간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번 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두 번째 명절이자 첫 설. 귀향 또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객이 많아 비어 있는 집과 사업장이 늘 것은 확실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출동요원은 "화재나 무단침입 같은 사건이 없어도 명절에는 야간에 평소보다 순찰을 더 많이 돈다"며 "이상이 없으면 다음 날 아침 고객에게 '사업장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보내 안심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축적된 자료, 즉 '빅데이터'다. 에스원은 과거 업무 기록과 경찰청에서 제공하는 일반 범죄 통계 자료 등을 모으고, 최근 유행을 반영 보완해 '범죄예방 예측 지도'를 만들고 있다. 지금도 관제센터 데이터베이스에는 하루 수십만, 월평균 수백만 건의 '위협 데이터'가 쌓인다. 관제사와 순찰요원은 쏟아지는 위험신호 속에서 데이터를 보고 좀 더 집중해야 할 시기, 장소, 사건 유형을 판단한다.
에스원 수원 관제센터는 관제사 80명이 서울과 수도권 고객을 책임지며 주야간 12시간 교대로 일한다. 이런 고강도의 관제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회사 측은 꾸준히 시스템을 고도화해 왔다.
이곳에는 빅데이터에 더해 인공지능(AI)도 시스템에 도입돼 있다. AI는 이상 상황이 생긴 장소와 가장 가깝거나 교통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출동요원 차량을 파악하고 거의 곧바로 출동 지시를 내린다. 현재 출동 지시의 90%는 AI가 책임지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관제사들이 관여한다. AI가 출동 명령을 내리는 동안 관제사들은 더 빠르게 현장 정보를 전달하고 고객과 소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무인지급기(ATM)의 통신장애처럼 출동 없이 관제사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시스템이 패턴을 파악하고 지령을 내려 상황을 끝낸다. 물론 AI라고 해서 완벽하란 법은 없다. 한 소장은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오류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개발진은 시시때때로 관제 센터와 소통한다"고 말했다.
기존에 '경비업체'로만 알려졌던 보안업체들은 물리보안 부문에 정보기술(IT)을 적용하고 정보보안을 더해 '융합보안'이라는 명칭을 내세우며 첨단기술 기업으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에스원 관계자는 "물리보안뿐 아니라 정보보안, 건물 시설, 에너지, 차량, 개인 등 여러 종류의 관제 시스템을 운용 중"이라면서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한데 모은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융합보안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