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폭설 시기 가고, 동해안 폭설 시기가 왔다

입력
2023.01.23 07:00

지난 주말 강원 산간 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60㎝가 넘는 폭설이 내리며 교통사고 등 피해가 속출했다. 12월 서해안을 뒤덮었던 눈보라가 겨울이 깊어지며 동해안 쪽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지난 14~16일 강원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려 16일 0시 기준 미시령(고성) 60.6㎝, 구룡천(홍천) 28.7㎝, 현내(고성) 22.8㎝ 등 눈이 높게 쌓였다. 이외에 △용문산(양평) 6.7㎝ △여주 6.1㎝ △가평조종 5.3㎝ 등 경기 북동부에도 눈이 쌓이는 곳이 있었다. 많은 눈이 내리면서 도로 통제와 교통사고가 이어졌고, 주말 동안 100여 건의 소방·경찰 출동이 이뤄지기도 했다.

서해안을 중심으로 눈이 쏟아졌던 지난달과 비교하면 양상이 사뭇 다르다. 당시 중부지방과 전라권, 제주도에는 폭설이 반복적으로 내렸는데, 크리스마스쯤인 23일 제주 산지에 최대 80㎝가 넘는 눈이 쌓이는 등 많은 눈이 내리고 강풍까지 몰아치면서 이틀간 하늘길과 바닷길이 뚝 끊기기도 했다.

강설 지역이 서해안에서 동해안으로 이동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겨울철 기압계 배치가 바뀌기 때문이다. 북극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북한 개마고원에 부딪히면서 서쪽이나 동쪽으로 갈라져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데, 겨울 중반까지는 서쪽으로 내려온 고기압의 세력이 강한 반면 이후에는 동쪽으로 내려온 고기압의 세력이 강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는 방향이 서해에서 동해로 옮겨가면서 시기적으로 대설 지역이 변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찬 공기가 동쪽으로 치우쳐 북동풍이 불면서 동해안에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예년보다는 기압계 배치가 빠르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 강원 지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것은 보통 2, 3월 초순쯤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영동 지역의 최심신적설(새롭게 쌓인 눈이 가장 두껍게 쌓였을 때 깊이)이 100㎝ 이상이었던 적은 △동해 110.8㎝ (2005년 3월 4, 5일) △북강릉 107.8㎝(2014년 2월 9~11일)였다.

다만 이를 기후 변화로 인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동해안 지역에 2월부터 폭설이 내리는 빈도가 많아지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하나의 현상으로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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