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5년 전 계산 결과인 '2057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기금이 많이 쌓인 덕분에 소진 시점이 2056~2058년으로 5년 전 제4차 재정추계 결과와 비슷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향후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선 재정 안정화를 위한 기금 쌓기보다 보장성 강화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5차 재정추계로 기금 소진 연도가 나올 텐데 (5년 전 제4차 재정추계 때보다) 1년 당겨지거나 늘어날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제5차 국민연금재정추계전문위원회 소속으로, 정부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제5차 재정추계 시산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다만 "정부가 아직 제5차 추계 결과를 자문위원들에게 알리지 않아 결과는 보지 못했다"며 정부 안이 아닌 개인적 견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 관측대로라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56~2058년쯤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에 한 번씩 향후 70년의 연금 재정 상황을 추계해야 한다. 정부는 이달 말 시산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5년 전과 비교해 연금의 미래가 다소 긍정적으로 바뀐 건 '기금 수익률 상승'과 '연금 가입자 증가' 때문이다. 정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기금 수익률이 높아졌고, 5년간 가입자도 크게 늘어 보험료 수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산율이 낮아진 건 보험료 수입을 감소시키는 요소"라며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 모두 있어 5차 재정추계 결과가 (5년 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017년 2,182만 명에서 2018년 2,231만 명으로 뛰었고, 2021년에는 2,235만 명으로 증가했다. 기금운용수익률은 2021년 기준 10.8%로 두 자릿수로 상승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했고, 2022년 초반 기금운용수익률이 -2.7%로 악화된 점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금 적립금이 충분하고 고갈 시점이 크게 당겨질 가능성이 적은 만큼 기금보다 보장성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기금 적립금의 비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핀란드와 룩셈부르크, 일본, 스웨덴 등이 30% 초반으로 한국보다 낮은 편이다. 그는 "과도하게 많은 기금은 가계 소비 여력을 떨어뜨려 국민 경제 전체에 마이너스"라며 보험료율 상한을 정해 서서히 인상하면서 보장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 전 4차 재정추계를 보면 현 40%인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9%인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2024년 13%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57년에서 2064년 이후로 늦춰진다. 정 교수는 보험료율을 소폭 올린 뒤 모자란 비용은 국고를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