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가 군사적 위협 아니라고? 국방장관의 경솔한 발언 [문지방]

입력
2023.01.23 13:00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소형 무인기는 (…) 군사적 수준에서 보면 크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저희들은 보았던 것이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연두 업무보고를 마치고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나온 답변입니다.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입하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한 사실이 밝혀진 직후입니다. 이 장관은 우리 군의 북한 무인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자인했지요.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군사적 측면에서 크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라는 발언 때문입니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사건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 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의 크기가 3m급 이하 작은 크기의 정찰용 무인기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리 군의 탐지 능력으로는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침입한 무인기의 속도는 시속 100㎞, 고도는 3㎞ 전후로 파악됐습니다. 2014년과 2017년 발견된 북한 무인기와 비슷한 글라이더 형태라고 합니다.


北 소형 무인기, 군사 위협 아니다?

과연 북한 소형 무인기가 군사적 위협이 아닐까요. 2019년 개봉한 미국 액션 영화 ‘엔젤 해즈 폴른’에는 미국 대통령을 타깃으로 하는 대규모 자폭드론이 등장합니다. 결과는 참혹합니다. 대통령 경호팀이 혼신의 노력을 펼치지만 자폭 드론의 공격으로 경호팀은 전멸하고 대통령 헬기까지 폭발합니다. 대통령은 자신을 표적으로 하는 드론을 피해 물속으로 피해 생존하지만 사실상 죽다 살아난 꼴입니다.

영화적 상상만은 아닙니다. 지난 2015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 옥상 헬리패드에 소형 쿼드콥터 드론이 떨어졌습니다. 50㎝ 크기 드론은 소형 카메라를 달고 있었죠. 직경 3㎝, 길이 10㎝ 자주색 페트병도 함께였습니다. 이 페트병에는 방사성 물질 세슘이 들어있었습니다. 지요다구 자연방사능 수치 0.05마이크로시버트의 20배에 달하는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이 나왔습니다. 인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은 아니라지만 언제든 드론이 방사능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죠.


우크라 전쟁에서 드론 혁혁한 공헌... 군사무기 맞는데

이뿐일까요. AFP통신에 따르면 2014년 프랑스 파리 외곽 원자력발전소 상공에 정체불명의 드론 20여 기가 날았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 2월 20일에는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상공, 이어 프랑스 핵잠수함 기지가 있는 브르타뉴 상공에서 드론이 발견됐습니다. 급기야 2월 24일 파리 중심가 콩코르드 광장 인근 미국 대사관과 파리의 상징 에펠탑, 바스티유, 엥발리드 군사박물관 그리고 파리 최고층 건물 몽파르나스 타워에도 드론이 출몰했습니다. 프랑스는 핵시설 등 민감한 구역에서 무인기를 띄울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쓸모가 없었습니다. 핵발전소를 표적으로 드론이 얼마든지 자폭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입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드론을 활용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갖췄다는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압도적인 기갑 전력을 갖춘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던 배경에는 튀르키예제 무인기 바이락타르가 있습니다. 2020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 당시 아제르바이잔군이 아르메니아 전차를 타격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던 기종이죠.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가미카제 드론’으로 유명한 자폭 드론 스위치블레이드를 대규모 지원했습니다. 이에 당황한 러시아는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으로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핵·생물·화학무기 싣고 온다면...

이번에 우리 영공에 침입한 북한 드론은 약 10kg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폭약 10kg을 탑재해 자폭공격을 펼친다면 눈에 보이는 피해 자체는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명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자칫하면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무인기를 1,000대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자폭드론도 일부 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찰 단계를 넘어 무인기를 공격무기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무인기 군집비행 기술도 발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인기 1기는 큰 타격을 줄 수 없지만 수십, 수백 기의 무인기가 한 표적을 향해 집중 공격에 나선다면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른바 ‘NBC(핵·생물·화학)’ 무기를 탑재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021년 4월 공개한 ‘군비통제·비확산·군축 이행보고서’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생물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밝혔고 미국 민간 연구단체 생물학적 초당적 위원회 사무총장인 아샤 조지 박사는 지난해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가 연 청문회에 참석해 “(북한이) 생물무기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 본토를 생물무기로 공격할 능력을 확보한 터라 언제든 화살을 남한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성격 다른 위협...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어"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이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이 장관의 말처럼) 무인기 자체는 미사일 같은 큰 위협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마음대로 유린하고 비행금지구역에 들어왔다고 하면 위협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종류의 위협이라는 점에서 봐야 하는데 (위협의 정도를)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일침을 놨습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별게 아닌 게 날아왔는데 나라가 들썩들썩하느냐”며 “국민들의 안보 불안과 함께 테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위협으로 봐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무인기에 수도권과 서울 상공이 뚫리자 군 당국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이 장관은 연두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를 두고 “정치적으로, 국민 심리적으로 보면 굉장히 불안한 요인이 된다”고 말하면서도 “소형 무인기에 대한 것은 우선순위가 그동안 떨어져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중점을 두고 (소형 무인기에 대응할 전력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여전히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늑장대응에 그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