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러시아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 ‘챌린저2’ 여러 대와 추가 포병용 무기 체계를 보내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뒤 첫 전투 전차 지원이다. 전쟁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지원을 시작으로 서방국이 더 강력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총리실은 리시 수낵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른 전차 공격용으로 설계된 챌린저2 전투 전차는 영국군 주력 무기 중 하나로 보스니아, 코소보, 이라크전 등에 투입됐다.
이번 조치로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지원한 첫 번째 서방 국가가 됐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전투 전차를 지원한 나라는 없다. 그간 확전 가능성을 경계한 서방국이 우크라이나의 전투 전차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은 까닭이다. 미국과 독일 등이 제공한 브래들리 장갑차, 마더 장갑차 등은 우크라이나가 원해온 ‘화력 강한’ 전투 전차는 아니다.
양국 정상은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외교적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폴란드가 독일제 중무장 전차 ‘레오파드2’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환영했다. 앞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레오파드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이 전차를 제작한 독일 측에 이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레오파드2는 현재 독일뿐 아니라 스페인, 폴란드, 그리스, 덴마크, 핀란드 등에 주력 전차로 보급돼 있다.
수낵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신속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전쟁터에서 우리를 강화해줄 뿐만 아니라 다른 파트너들에게도 올바른 신호를 보낼 결정을 내려준 수낵 총리에게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얼마나 많은 탱크를 언제 우크라이나로 넘길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BBC방송은 그 규모를 12대로 추산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전차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으로 독일 등 다른 동맹국들이 움직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겨울이 끝나고 날씨가 풀리면 러시아군이 공세를 강화할 것이므로, 지금 결정을 내려야 우크라이나군이 탱크 사용법 등을 훈련 받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분쟁지역으로 탱크를 가져오는 것은 민간인을 포함해 더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영국 총리실 발표가 있기 직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는 올해 1월 1일 이후 처음으로 기반 시설 등을 노린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키이우 동남쪽 드니프로시에도 포격 피해가 발생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