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보호하는 ‘뇌혈관 장벽(Blood brain barrierㆍBBB)’을 일시적으로 개방해 치매 항체 치료제 전달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진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김혜선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유발 생쥐의 뇌 해마 부위에 위치한 BBB를 고집적 초음파로 개방해 항체 치료제 전달률을 8.1배 향상시켰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Translational Neurodegeneration(IF 9.883)’에 실렸다.
치매는 국내 65세 이상에서 84만여 명(2020년 기준)이 앓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75%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원인으로는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이 뇌 속에 플라크(plaque)가 쌓여 뇌 신경세포를 파괴한다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가설로 많이 설명되고 있다.
최근 임상 시험에서 사용되는 ‘아두카누맙(제품명 애두헬름)’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로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치료 효과를 위한 고용량 투약 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임상에서 쓰일 때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논란이 있다.
항체 치료제 등 약물을 고용량 투약해야 하는 이유는 뇌를 보호하는 BBB 때문이다. 인체 내에서 세균 등 독성 물질을 거르는 BBB 역할이 오히려 알츠하이머병 항체 치료제 약물 전달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장진우 교수팀은 2021년 뇌 전두엽의 BBB를 초음파 수술로 안전하게 개방하는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또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감소는 물론 행동 심리 검사에서도 일시적이지만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증상 호전을 확인한 바 있다.
후속 과제로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유발 생쥐를 통해 BBB 초음파 개방 수술을 이용해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항체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조사했다.
알츠하이머병 유발 생쥐의 BBB를 초음파로 개방 수술만 한 그룹, 항체 치료제인 아두카누맙 투약만 한 그룹, BBB 초음파 개방 수술과 아두카누맙 투약을 동시에 같이 그룹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실제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했다.
뇌 해마 부위로 아두카누맙이 전달된 양을 살핀 결과, BBB 개방 수술과 투약을 같이 한 그룹에서는 투약만 한 그룹보다 전달량이 8.1배 높았다.
또 아두카누맙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한 양은 BBB 개방 수술과 투약을 같이 한 그룹에서 투약만 한 그룹보다 2배가량 많았다.
BBB 개방 수술만 한 그룹은 투약하지 않았어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감소했다.
이와 함께, Y-미로 검사를 통해 BBB 개방과 함께 투약을 한 그룹에서는 대조군(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 비해 인지 기능이 40% 정도 호전됐다.
Y-미로 검사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쥐의 습성을 이용해 쥐가 세 갈래 길에서 얼마나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길로 가는지를 관찰하는 인지 기능 확인 실험이다.
장진우 교수는 “임상적으로 이미 안전성이 확보된 BBB 초음파 개방 수술과 아두카누맙 같은 새로운 치매 항체 치료제를 병행하는 임상 연구를 조만간 이어갈 계획”이라며 “가운데 고집적 초음파 수술을 이용한 BBB 개방 수술은 불치병으로 여겨지고 있는 노인성 치매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