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먹이고"… 현직 장학사 '더 글로리' 묘사에 '실제 더했다'

입력
2023.01.12 10:30
'고데기 장면'은 실제 중학교 사건
최우성 장학사 "피해자 꼬리뼈 나올 정도"
"학폭 점점 저연령화ㆍ흉포화되고 교묘해져"

"(드라마 속) 학교폭력 장면들이 너무 충격적이라 보는 분들이 경악했고, 의구심이 들기도 하겠지만 현실 속에 있는 부분을 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학폭에 대한 경종을 지금 울리고 있죠." (최우성 경기 수원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전담 장학사)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속 학교폭력 장면에 눈길이 쏠린 가운데 현장 전문가들은 '현실은 더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특히 경악을 안긴 '고데기 열체크' 장면이 실제 중학교 사건을 소재로 한 데다, 최근까지도 가해 정도가 심한 사건들이 이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우성 경기 수원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전담 장학사는 지난 11일 MBC 라디오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정말 이 정도로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냐'는 질문에 "현실 속에 있는 부분들"이라며 고데기 등 뜨거운 장치로 동급생을 학대하는 장면 역시 "과거 청주의 중학교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운을 뗐다.

충북경찰청과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6년 충북 청주 한 중학교 재학생 김모(15)양 등 다수 가해자는 약 20여 일간 동급생 A(14)양을 폭행했다. 야구방망이로 온몸을 때리는가 하면, 교실에서 고데기로 팔을 지지고 옷핀으로 가슴 등에 상처를 냈다.

▶관련기사 "동급생이 팔 지지고 상처 뜯어내"...'청주 고데기 사건' 재조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11113440000489)

최 장학사는 "당시 피해 학생은 심한 화상을 입고 꼬리뼈가 튀어나오는 등 전치 5~6주의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며 "아물던 딱지도 가해자들이 손톱으로 떼어내는 의식 같은 형벌을 자행했다는 토로가 있었다"고 드라마 묘사보다도 심각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학교폭력법이 2004년 1월 29일 제정, 같은 해 7월 30일 시행됐는데 청주 고데기 사건은 2006년에 발생했다"면서도 "구속됐던 주범 가해학생은 자신의 이름을 대지 말라고 피해학생을 협박한 혐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현장에서 안타깝고 보기 괴로울 정도인 사건은 수두룩했다고 최 장학사는 복기했다. 그는 △양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청학동 기숙사 가혹행위 사건 △경기 북부 눈침대 폭력사건 등을 설명했다.

양산 사건은 2021년 경남 양산에서 가해자들이 외국 국적의 중학생을 집단폭행하고 범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포한 일을 말한다. 청학동 기숙사 사건은 2020년 2월 경남 하동 청학동 기숙사에서 벌어진 일로 또래 소년들이 피해자의 신체 부위에 이물질을 넣고, 소변을 먹이는 등의 가혹행위를 이어간 사례다. 눈침대 사건에서는 2022년 1월 경기 북부에서 13세 초등생이 하굣길에 9세 여자 어린이를 유인해 성추행했다.

최 장학사는 "세 사건 모두 일부 가해자 또는 가해 당사자가 14세 미만 촉법소년이라 처벌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에 대해 "(가해자가) 점점 저연령화되고 아주 교묘해지면서 흉폭화되고 있어 서서히 기준 나이를 내려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동시에 교화 또는 예방을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으로, 형사 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다. 정부는 이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지난해 12월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기존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는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더 글로리'는 집요한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가해자들에게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의 넷플릭스 드라마다. 김은숙 작가가 극본을 썼고 안길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시리즈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성찰로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태국, 카타르 등 다수 국가에서 넷플릭스 시청 1위에 올라섰다.

김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