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방역정책에 노골적 "우려"... 외교장관 '냉랭한' 첫 통화

입력
2023.01.10 14:43
2면
박진-친강 라인, 1일 첫 전화 통화
친강, 한국 방역에 "우려"...북핵 이슈에도 '미지근'
중국, 10일 한국인 단기비자 발급 중단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신임 중국 외교부장(외교부 장관)의 첫 전화통화에선 냉기류가 흘렀다. 친 부장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한국의 조치에 유감을 표했다.

1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 부장은 전날 박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 측이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 일시적 제한 조치를 취한 데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견지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친 부장에게 설명했다고 한국 외교부는 전했다.


비교적 강한 한국 방역 조치에 불만 표시

이번 통화는 친 부장이 지난달 30일 주미 중국대사에서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후 한중 외교 장관의 첫 번째 소통이었다. "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 "한중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덕담도 오갔지만, 친 부장은 할 말은 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상견례 성격의 통화에서 "우려"라는 표현이 거론된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방역 정책은 한 국가 주권의 영역이다.

한국, 미국, 일본과 유럽 국가들은 중국이 지난달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한 후 중국발 항공편 승객에 대한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중국인에게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비교적 강한 수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친 부장의 직접적인 불만 제기는 이와 직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은 하루 만인 10일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전격 중단했다.

친 부장은 중국식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적 인물이다. 외교부 대변인 재임 시절 민감한 외교 현안을 두고 상대국에 대한 신랄한 논평을 쏟아냈다. 박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그의 면모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핵 문제를 놓고도 두 장관의 온도차가 확연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에 나서게 하는 것은 한국, 중국 공동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다"며 북한의 도발 억제에 힘을 보태줄 것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 발표에선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는 원론적 언급만 있었다.

'인기 대변인' 자오리젠 전보...친강 의중?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돌연 국경·해양사무소 부사장직으로 전보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자오는 2020년 대변인을 맡아 강경한 어조의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190만 명의 트위터 팔로어를 보유할 정도로 인기 있는 대변인이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명이다.

급작스러운 전보 조치는 배우자가 연루된 논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자오의 배우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열제를 살 수 없어 힘들다"는 글을 올렸고, 중국인들은 "고위 관료 가족이 해열제 몇 알을 못 구한다고 엄살을 떠는 건 위선 아니냐"고 난타했다. 외교부장 교체기에 대변인이 바뀐 것은 강성인 친 부장의 의중이 반영된 문책성 인사라는 관측이 많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