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근로시간 제약에 일감 포기...추가근로 없이 인력난 해소 못 해" 호소문 들고 국회로

입력
2023.01.09 15:30
"추가근로제 일몰로 범법자 전락...근본 대책 마련해 달라"
중기중앙회·한무경 의원 '근로시간 제도개편 촉구' 토론회
인력난에 더해 근로시간 제약에 일감 포기·사업 위기 호소


"저희는 대표님을 고발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까 더 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최근 28명 직원을 둔 경기 고양시의 (주)이플러스마트 직원 대표가 구경주 대표 사무실로 찾아왔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지난해 말 일몰되면서 구 대표는 50만~100만 원의 임금이 삭감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러자 '근로시간을 보장하고 임금을 동결해 달라'며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직원들이 단체 서명을 제출한 것이다. 구 대표는 9일 "일몰을 예상하고 고임금 채용공고를 냈지만 현장 서비스 직종이다 보니 지원자가 없었다"며 "노동 현장의 사업자와 노동자 모두 범법자가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을 맞닥뜨린 중소기업 임직원들의 성토의 장이 열렸다.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단체들은 '근로시간 제도개편 촉구 기자회견 및 토론회'에서 유례없는 인력난 속 근로시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사라지면서 수많은 영세사업장은 근로시간 제약에 막혀 일감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장과 맞지 않는 주 52시간제 한계를 직시하고 근본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3중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를 버티고 있는 영세기업들의 호소도 이어졌다. 황인환 정일현대자동차정비공업 대표는 "많은 중소기업이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주 52시간을 지키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노사 모두가 원하면 필요할 때 더 일할 수 있도록 연장 근로 체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 대표로 나온 장택한 ㈜보하라 과장은 "당장 근로시간이 줄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 투잡을 해야 하고 삶의 질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범법자가 된 사업장에서 일하며 일자리를 잃을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로 업계 우려가 큰 만큼 국회는 추가 입법이라도 해서 다시 적용해야 한다"며 "연장근로 시간의 관리 단위를 연 단위까지 확대하는 등 유연하고 합리적 근로 시간 제를 마련하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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