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지역 해제 후 부동산 "매수 문의 2배↑, 거래는 글쎄"

입력
2023.0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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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급매물 속속 '회수' 움직임  
강남 3구 등 토지거래허가 해제 기대
매수자 "집값 더 하락"...변수는 '금리'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면서 서울 일대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지 주목된다. 일단 매수문의는 늘어나고, 강남 3구 등 규제지역으로 남은 곳도 추가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다만 집값 하락 등 불안 요소가 여전해 당장 거래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규제 지역에서 해제 후 맞은 첫 주말인 8일,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집주인이 급매물을 회수하고 시장 전망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최근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이 급매물을 내놓고 6개월간 1억5,000만 원까지 낮췄다가 규제 해제 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물어보니 회수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3일 대책 발표 전후로 매수 문의 전화가 2, 3배 정도 늘었다"며 "직접 둘러보러 온 사람도 전혀 없다가 어제만 3팀이 왔다"고 덧붙였다.

서울 다른 지역도 비슷한 분위기다. 마포센트럴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남관현(47) 대표는 "규제지역에서 풀리고,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도 늘면서 집주인이 급매로 내놨다가 더 지켜보겠다고 거둬들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마포구의 나진찬 진명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이전엔 매수 여부를 물었다면 이젠 얼마로 어디까지 살 수 있느냐, 전세는 얼마를 내놔야 하느냐며 구체적으로 묻는다"며 달라진 상황을 설명했다.

규제지역으로 남아 있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 지역은 아직까지 잠잠한 모습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별다른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는다"며 "토지거래허가제가 풀려야 거래에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A부동산업소 대표는 "올해엔 강남도 차례로 규제가 풀리지 않을까 싶다"며 "그래야 갈아타기 수요도 늘고, 전세 거래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압구정은 올해 4월, 잠실은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한이 끝나 재지정 여부가 검토될 예정인데 시장은 해제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부동산 업계는 규제 완화 효과가 당장 거래 증가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고, 매도자들은 시기를 지켜보는 줄다리기 상황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진찬 대표는 "집주인들은 부동산 규제가 더 풀릴지,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지 탐색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노원구의 중개업소 관계자 또한 "매수 문의가 곧장 거래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급매물 대부분이 거둬들여진 데다 역전세난도 심해 당장 집을 산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키는 금리가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세금, 대출, 실거주 의무 등 퇴로를 열어주면서 주택 거래가 활성화될 기반은 만들었지만, 국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그대로여서 이번 대책이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경기 침체 우려는 진행 중이고 여전히 주택가격은 높다"며 "집값 바닥은 올해 안에 확인할 수도 있지만 V자 반등을 기대하기엔 금리가 여전히 변수"라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