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간이 문제다. 서반구 최대 소금호수인 미국 유타주(州)의 '그레이트 솔트레이크'가 예상보다 빠른 5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근 주민과 기업들이 물 소비를 현재의 절반까지 '극적으로' 줄여야 호수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레이트 솔트레이크는 지난해 관측 이래 최저 수위를 기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그레이트 솔트레이크가 5년 안에 완전히 마를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새로운 보고서 내용을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브리검영대 등 11개 대학과 연구단체의 과학자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수위가 줄고 있다"며 "호수가 사라지지 않도록 긴급 개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서부 특유의 건조한 기후에 유례없는 가뭄까지 겹치면서 호수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한때 서울 면적(605㎢)의 6.8배인 4,100㎢에 달했던 그레이트 솔트레이크는 2016년 3분의 2 수준인 2,730㎢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절반까지 줄었다. 과학자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속도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벤 애벗 브리검영대 생태학자는 "연구자들조차 그레이트 솔트레이크의 빠른 수위 하강 속도에 당황할 정도"라고 말했다. "바닷물은 민물보다 증발량이 적기 때문에 호숫물의 염도가 높아지면 호수가 마르는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빗나갔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1900년대 초 이후 유타 북부의 평균 기온은 섭씨 약 2.2도 상승했다. 과도한 물 사용이 가속을 붙였다. 보고서는 "지난 3년간 호수에는 정상적인 하천 흐름의 3분의 1 미만에 해당하는 물이 공급됐다"며 "너무나 많은 물이 (농업, 광물 채취, 발전소, 가정 용수 등) 다른 용도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호수로 흘러들었어야 할 물 대부분을 인간이 끌어 썼지만 다시 채우진 않았다.
보고서가 긴급 개입책으로 내놓은 건 '절수'다. "앞으로 몇 년 동안 250만 에이커피트(미식축구장 250만 개를 30㎝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의 물이 호수로 직접 유입될 수 있도록 유타주와 인근 주의 주민들이 물 소비를 3분의 1에서 절반까지 줄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경고한 대로다. 캔디스 하세냐거 유타주 수자원국장은 "물 사용을 억제하는 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바닥을 드러낸 그레이트 솔트레이크는 '죽음의 호수'가 되어가고 있다. 높은 염도의 물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한 토종 새우와 파리에 독성이 생기는 바람에 이들을 먹이로 삼는 1,000만 마리의 철새가 위태로워졌다. 비소, 수은 등 유해한 중금속으로 이뤄진 호수 바닥 퇴적물이 바람에 날리면서 인근 주민 250만 명은 호흡기 질환 위험에 노출됐다. 수증기의 증발과 대류로 비와 눈을 순환시키는 기상 시스템도 고장날 위기에 처했다.
인간만이 자연을 전용한 혹독한 결과다. WP는 "지난 수십 년간 호수로 흘러드는 모든 물을 사용하는 데 인간만을 우선순위에 뒀다"며 "이젠 호수 역시 그 물의 정당한 수령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