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러시아와 교역 줄여야"...인권 중심 공급망 압박

입력
2023.01.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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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가치 기반한 '공급망' 구축 이행 촉구
대러시아·중국 규제 강화하는 美·EU 정책 부담
韓, 당장 전담조직·실사 마련 계획은 없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인권 침해에 맞서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을 제약하려는 미국의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른바 '인권'과 '가치' 중심 교역질서 구상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가치외교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도 들어맞는다. 하지만 실제 기업 철수나 수출 제한으로 번질 경우 경제·외교적으로 파장이 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9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방한하는 호세 페르난데즈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을 10일 만나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을 위한 양국 협력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광물 수급 문제와 우리 기업 상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가치중심적 공급망' 속도 높이는 美…"韓, 이행수준 높여야" 목소리

최근 미국은 고위급 회담 등 여러 계기에 우리 기업의 러시아 잔류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한미 외교소식통은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협력국이 함께 인권 침해나 국제규범을 위반한 국가에서 생산된 광물·제품의 비중을 측정해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한국도 적절한 조치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 당국자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내용을 지원할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와 중국을 떠나라는 미국의 요구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협의와 맞물려 심화하는 모양새다. 조태용 주미대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IPEF를 통한 '가치중심적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脫)중국·러시아 무역지침' 마련하는 日·EU…고심하는 韓

IPEF에 참여하는 일본과 호주, 유럽연합(EU) 등은 미국 중심 공급망 개편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일 양국은 6일 워싱턴에서 공급망 내 인권과 국제노동기준을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는 내용의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또 미국과 EU 무역기술위원회는 최근 워킹그룹을 통해 '인권주의적' 공급망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한 TF 구성이 당장의 의제는 아니다"라고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의 손실 최소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남승현 외교안보연구소 경제개발통상연구 부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책임 또는 기업 윤리가 더욱 강조되는 만큼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여러 국제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국내법과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와 관련한 분쟁 사례를 다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최근 러시아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제재 리스크가 커졌다"면서 "기업들의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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