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청년들은 농촌에서 무엇을 봤을까

입력
2023.01.07 11:00
15면
남해의 작은 마을에서 삶 꾸린 청년들의 기록
신간 '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촌 라이프'

집 앞 텃밭에서 딴 배추로 전을 굽고 국을 끓인다. 밤송이 몇 알을 주워 정성을 들인 밤조림을 만들어 먹는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농촌 로망을 불러일으킨 몇 장면이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사계절을 자연 속에서 온전히 느끼는 시골 생활은 어떨까.

농촌 라이프를 꿈꾸던 청년들이 진짜 농촌으로 갔다. 신간 ‘이상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촌 라이프’는 2019년부터 경남 남해군 상주면의 작은 시골마을 두모마을에서 '팜프라촌'을 꾸린 젊은이들의 좌충우돌한 농촌 생활을 담은 기록이다. 팜프라촌을 구상하고 부지를 찾아낸 것도 모두 청년인 저자들이 해낸 일이다. 비싼 도시의 임대료에 지쳤거나 막연히 자연의 삶을 동경한 청년까지, 팜프라촌엔 3년간 약 30여 명의 청년이 다녀갔다.

책은 농촌의 삶을 제목 같은 판타지로 그리지 않는다. 덕분에 진짜 촌 라이프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겐 꽤 괜찮은 지침서다. 공구 사용법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QR 코드로 소개하거나 먹고살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들의 성패와 그 이유를 자세히 적어 공유한 부분이 그렇다. 집짓기 워크숍이나 촌집 알아보는 방법, 텃밭 가꾸기 등 궁금할 만한 부분들을 경험자의 인터뷰로 세세히 설명한다. 핵심은 네트워크.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마을 주민들과도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농촌 정착에 필수. 팜프라촌은 그 자체로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한다.

지방소멸 위기의 현실에서 책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단순한 시골 체험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촌 라이프를 위한 고민과 진지한 논의가 담겨 있어서다. "도시에는 없는 촌의 매력을 전달하고, 촌에는 없는 도시 생활의 다양성을 끌어들이며 서로를 매개하는 일.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청년들은 지금도 귀촌의 '씨앗'을 뿌리며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