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300원 올려도 1명당 400원 손해...대중교통 적자난 해소될까

입력
2022.12.30 05:00
대중교통 요금 300원 인상 시 요금 현실화율 70%
올해 지하철 1조2,600억 원, 버스 6,582억 원 적자
2025년 65세 서울 인구 20%...무임승차 손실 급증

서울시가 대중교통 기본요금 인상 방침을 정하면서 만성적 적자난에 다소 숨통을 틔우게 됐다. 하지만 단지 요금 인상만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중교통 적자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임승차 손실 보전과 자체적 구조조정 등 근본적 대책 없이는 시민 부담만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거리비례제 요금도 인상 검토 중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은 2015년 1,050원에서 1,250원으로 200원 오른 후 8년째 동결이다. 요금 동결은 운임 손실로 이어졌다. 인구 고령화로 65세 이상 무임승차 승객이 늘어난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일반 승객이 줄면서 승객 1인당 운임 손실은 2019년 494원에서 지난해 말 738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1인당 운송원가 대비 평균 운임(요금 현실화율)의 62.9% 수준이다. 시 관계자는 29일 “요금 현실화율이 80~85%였던 2015년 요금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지하철은 700원, 버스는 500원씩 인상해야 한다”며 “하지만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70~75%인 300원으로 인상 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요금을 1,250원에서 300원 오른 1,550원으로 책정하더라도 승객 1명당 운임 손실은 438원이나 발생한다. 시는 거리에 비례해 요금을 책정하는 거리비례제(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 요금도 인상을 검토 중이다. 지금은 10㎞ 이상 이동하면 5㎞마다 100원이 추가된다.

내년 4월부터 요금을 인상해도 대중교통 운영 적자 구조가 당장 개선되기는 어렵다. 올해 지하철 적자규모는 1조2,600억 원, 버스는 6,582억 원에 달한다. 시 계획대로 대중교통 요금을 300원씩 올리면 지하철은 연간 3,100억 원, 버스는 2,400억 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한다. 적자 폭은 줄지만 여전히 1조 원이 넘는 대중교통 운영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인구 고령화로 65세 이상 무임승차 승객이 늘어나면서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서울시는 2025년 65세 이상 서울 인구가 185만 명을 기록해, 전체의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내년 ‘베이비붐세대(1955~1963)’가 본격적으로 65세 이상으로 무임승차 혜택을 누리게 된다. 무임승차 승객은 2015년 2억5,000만 명에서 2019년 2억7,000만 명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무임승차 승객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도 82%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65세 이상 무임승차를 시행한 1984년 당시엔 전체 승객의 5% 수준이라 영향이 적었지만 고령화로 현재는 15%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무임승차 승객 비중이 늘어날수록 적자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은 정부에 지하철 무임수송 국비지원을 요청해왔지만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지자체의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분이 빠졌다.

무임승차 손실 지원ㆍ요금산정 기준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무임승차 손실 보전, 대중교통 요금 정상화 등 근본적 대책 없이는 만성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등은 올해만 9,000억 원의 공사채를 발행하고, 광고나 임대사업을 통한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적자를 메우는 데 역부족이었다.

신성일 서울연구원 연구원은 “국가법에 따라 65세 이상 무임승차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손실 보전도 정부가 해주는 게 맞다”며 “전체 손실 보전이 어렵다면 65세 이상 혜택 폭을 조절하는 등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요금 인상을 각 지자체에 맡기기보다는 물가상승률 등과 연동해 운임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에 혜택을 돌려주는 방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지원 기자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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