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대부업 대출 잔액이 10여 년 만에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조달비용이 늘자 급전을 취급하던 대부업마저도 담보대출 취급을 늘린 결과다. 게다가 하반기부터는 조달비용이 더욱 불어나면서 담보 없는 저신용 차주들은 맨몸으로 '대출 한파'를 겪게 될 위기에 놓였다.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말 대부업 대출 잔액은 15조8,764억 원으로 지난해 말(14조6,429억 원) 대비 1조2,335억 원(8.4%) 증가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반기별 대부업 실태조사를 공개한 2008년 하반기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최근까지 대부업 대출 잔액 추이는 2018년 상반기(17조4,470억 원) 정점을 찍고 점차 축소되고 있었다.
몸집이 줄어들던 대부업 대출이 불어난 이유는 담보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담보대출 증가분은 9,357억 원으로, 신용대출 증가분(2,978억 원) 대비 3배 넘게 급증했다. 2년 전만 해도 전체 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은 절반에 못 미쳤는데 올해 상반기엔 해당 비중이 53.8%까지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대부업은 급전 등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해 왔는데 최근 들어 업체들이 담보대출을 주로 다루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부업 이용자는 또다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대부업 이용자 수는 총 106만4,000명으로 지난해 말(112만 명) 대비 5만6,000명이 감소했다. 5년 전 대부업 이용자 수가 250만 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다만 이용자 수는 줄어들더라도, 담보대출 비중 증가 영향으로 1인당 대출 잔액은 1,492만 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말(1,308만 원) 대비 184만 원 늘어났다.
담보대출이 늘고 이용자 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담보가 없는 저신용 차주는 더 이상 대부업에서 돈을 빌릴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한 대부업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법정 최고금리(20%)는 묶여 있고,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하반기부터 조달금리가 더 급증하면서 이제는 신용만 믿고 돈을 빌려 주기엔 부실 우려가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대부업계 1위 러시앤캐시는 26일부터 아예 신규 대출 취급 자체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미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대출 한파'에 내몰린 저신용 차주들도 나타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대부업체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는 총 96만8,688명으로 지난해 말(106만7,005명)보다 9만8,317명 감소했다. 특히 저신용 차주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는데, 신용점수 300점대인 차주는 지난해 말 대비 무려 7만832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저신용 차주들을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현행 최고금리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과거엔 업권별로 최고금리를 차등 적용해 신용점수가 낮더라도 대부업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며 "기준금리가 올라간 만큼 법정금리도 시장금리와 연동해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