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158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쳤다.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을 즐기려던 젊은이들에겐 악몽 같은 날이 됐다. 참사가 일어난 폭 4m 남짓의 경사진 골목길은 안전사고에 취약했다. 경찰과 용산구청은 1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안이하게 대응해 피해를 키웠다. 경찰청은 사고 직후 특별수사본부를 꾸렸고, 국회는 국정조사를 시작해 참사 원인을 규명 중이다.
검찰총장 출신 ‘0선’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9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됐다. 이후 5월 10일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용산시대'가 개막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인 청와대를 떠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겼다. 파격은 이어졌다.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도어스테핑을 도입해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61차례 진행된 도어스테핑은 11월 MBC와의 갈등 이후 잠정 중단됐다.
2022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따라붙은 꼬리표는 대장동 의혹 등을 포함한 '사법 리스크'였다. 대선 패배 후 제1 야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최측근들이 구속된 데 이어 신년 초 검찰의 칼끝이 이 대표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도 이 대표를 옥죄는 요인이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사법 리스크가 이 대표뿐 아니라 민주당의 운명까지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와 그에 따른 저성장까지. 2022년 한국 경제는 유례를 찾기 힘든 복합위기 수렁에 빠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4.5%까지 끌어 올리면서 한국 기준금리도 3.25%까지 높아졌다. 증시와 부동산시장은 긴축 발작을 피하지 못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결과, 국내 소비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4년 만에 1,400원을 뚫었다.
한국이 2022년 위성 자력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시대를 열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는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무게 1톤 이상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 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다. 정부는 △우주청 설립 △우주법 정비 등을 통해 우주산업 투자를 확대해, 세계 시장 10%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4강 신화를 썼던 2002 한일 월드컵을 포함하면 통산 세 번째 16강 진출이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가나와 2차전에서 2-3으로 석패했지만 포르투갈과 최종전에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며 조 2위로 16강에 안착했다. 한국은 비록 브라질에 져 8강 벽을 넘진 못했지만, 우루과이와 가나, 포르투갈 등 강호들을 상대로 값진 결과를 냈다.
코로나19 확산 3년차에 접어들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위드 코로나'를 맞았다. 3월 방역패스가 폐지됐고, 4월 중순에는 코로나19 시대의 상징인 거리두기가 757일 만에 전격 해제되며 일상회복의 시동을 걸었다. 5월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여름철 6차·겨울철 7차 대유행으로 코로나19와의 불안한 동거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 감소, 고위험군 면역획득 등 4가지 지표 중 2개가 충족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완화할 계획이다.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는 올해도 계속됐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9월 미국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최초로 남우주연상(이정재)과 감독상(황동혁)을 수상하는 등 6관왕에 올라 새 역사를 썼다. 5월 칸 영화제에서도 남우주연상(송강호)과 감독상(박찬욱)을 동시 수상하는 낭보가 전해졌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6월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방탄소년단(BTS) 등의 K팝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BTS 멤버 진이 결국 군에 입대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권력 교체에도 성공했다. 집권 초 '컨벤션 효과' 덕분에 국민의힘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12석을 석권하며 더불어민주당(5석)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특히 서울은 오세훈 시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사상 첫 '4선 서울시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경기지사 선거에선 민주당 김동연 후보가 '윤심(尹心)'을 등에 업고 출마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9월 14일 오후 9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전주환(31)이 순찰 근무를 돌던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전 직장동료인 피해자를 3년간 스토킹하다가 재판에 넘겨진 전주환은 선고 전날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스토킹처벌법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정부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섰다. 전주환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