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 전야 미사에서 전쟁 피해자와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자고 전 세계에 촉구했다. 또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좋은 일을 하자”고 독려했다.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탐욕과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그들의 이웃과 형제 자매까지 소비하고 싶어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전쟁을 보았는가. 오늘날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가 얼마나 많은 곳에서 경멸 섞인 취급을 받고 있는가”라며 한탄했다.
교황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를 향한 비판 메시지로 풀이된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은 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정확히 10개월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교황은 그동안 거의 모든 공개 석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하고 평화 정착을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현 세상은 돈과 권력, 쾌락에 굶주렸다”며 “항상 그렇듯이 탐욕의 주요 희생자는 약자와 취약계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두려움, 체념, 낙담에 지배당하지 말자”고 설파했다. 또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상기한 뒤 “예수는 가난했다. 그러니 권력에 굶주리지 말자. 삶에서 진정한 부는 돈과 권력이 아니라 관계와 사람들에게서 온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자선이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라고 외치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꼭 좋은 일을 하자”고 말했다. 앞서 이달 14일에도 수요 일반 알현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파티를 여는 것은 좋지만 선물 지출을 줄여서 절약한 돈을 도움이 필요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보내자”고 권하기도 했다.
올해 성탄 전야 미사에는 코로나19 확산 탓에 참석 인원이 제한됐던 2020∼2021년과 달리 신자 7,000여 명이 성베드로 대성전을 가득 메웠다. 성베드로 광장에서도 신자 4,000명이 야외 스크린을 보면서 미사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