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의 진실을 가릴 재판이 시작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선 경선을 위해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대장동 일당'은 대체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향후 진술 신빙성이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원장,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전 공사 전략사업팀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개최했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피고인 측이 각자 입장을 설명하고, 재판 방식을 논의하는 자리다. 피고인은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지만, 남 변호사를 제외한 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을 불법적으로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지난해 초 유 전 본부장에게 이 대표의 경선 자금으로 20억 원을 요구해, 같은 해 4~8월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6억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남 변호사는 8억4,700만 원을 마련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지만, 유 전 본부장이 2억4,700만 원을 빼돌려 6억 원만 전달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 한 문장 한 문장을 증거로 입증할 수 있다"며 "은밀하게 전달되는 정치자금 성격을 고려하면 이 정도로 탄탄하게 증거가 갖춰진 게 드물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일당'도 검찰이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했다. 반면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결국 진술 신빙성이 이들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도 "정치자금 수수 범행은 특성상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관련자들 진술의 신빙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빙성 판단을 위해 피고인들에게 '대질 신문'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판 진행 방식은 다음 기일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부원장 측을 비판했다. 그는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며 "거짓말이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어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측이 '유 전 본부장이 대선 대비 인재 물색을 했다'는 주장을 부인하는 것에 대해선 "너무 웃기다.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꾸 거짓말하면 확실하게 진실을 가려드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