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반지 3개 130만원에 샀다" MZ 입소문 탄 실험실 다이아몬드

입력
2022.12.23 04:30
18면
SSG닷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관 오픈
천연다이아와 성분 같은데 값은 70%까지 저렴
로이드, 랩그로운 다이아 상품 매출 200억 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지난해 결혼을 앞두고 다이아몬드 결혼반지 3개를 130만 원에 샀다. 천연 다이아몬드가 아닌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다이아몬드 '랩그로운(Lab Grown) 다이아몬드'였다. 김씨는 "기존 다이아몬드는 비싸기도 하고 이를 얻는 과정에서 환경 오염, 노동 착취 등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선택이 꺼려졌다"라며 "인공 다이아몬드는 품질은 같으면서도 가격은 4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거의 매일 끼는데 빛이 바래지 않아 좋고 '착한 소비'를 했다는 만족감도 크다"고 덧붙였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1970년대 007영화의 제목처럼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로 불리며 영원한 가치를 상징하는 보석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천연 다이아몬드와 성분이 같으면서 가격은 저렴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 "가격은 최대 70% 저렴"


22일 SSG닷컴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3개 브랜드의 350개 넘는 상품을 선보이는 공식 브랜드관 페이지를 오픈한다고 밝혔다. 가치 소비 성향을 가진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인데, 2, 3년 전부터 보석 브랜드들에서 소량 판매해 온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대형 유통 채널에서 대규모로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연구실을 뜻하는 '랩(Lab)'과 만들다는 뜻의 '그로운(Grown)'을 합한 말이다. 다이아몬드 씨앗을 ①6만 기압·2,500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격실에 넣어 만드는 고온고압법(HTHP)②진공 용기 안에 넣고 메탄·수소가스를 주입해 내부 온도를 1,000도 이상으로 높여 탄소가 층층이 얇은 막을 형성해가며 자라게 하는 화학기상증착법(CVD)을 통해 만들어진다. 공업용 다이아몬드와 합성했다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노란색이나 흑색이 많은 공업용에 비해 보석용은 색은 하얗고, 세공 품질을 더 높였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성분, 굴절률, 분산도, 경도 등 광학적·물리적·화학적 특성이 모두 같고 GIA 등 세계적 보석 감정 기관에서 천연 다이아몬드와 동일한 감정 기준으로 감정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특히 천연 다이아몬드와 비교해 친환경적으로 생산된다. 업계에서는 천연 다이아몬드 1캐럿 채굴을 위해 평균 물 500L가 필요하고, 6.5톤의 지면을 깎아내야 하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1캐럿 생산에 평균 18.5L의 물을 쓰고 토양 오염, 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가격 역시 크기에 따라 약 30~70%가 더 싸다. SSG닷컴이 소개한 3부짜리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98만 원인 반면 천연 다이아몬드는 148만 원이다. 또 1캐럿짜리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350만 원, 천연 다이아몬드는 1,170만 원으로 800만 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로이드, 2년 동안 200억원 넘게 랩그로운 다이아 제품 팔아


품질에는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크게 저렴하다 보니 젊은 세대에게 점차 입소문도 타고 있다. 이랜드의 패션주얼리 브랜드 로이드는 2020년 하반기부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상품을 소개했는데, 해마다 30%씩 매출이 성장해 현재까지 200억 원이 넘는다. 지난달 49만9,000원에 내놓은 1부짜리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판매 시작 3분 만에 100개 한정판이 다 팔렸다.

로이드 관계자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움을 누리면서도 부담없이 활용하는 패션 상품으로 인기가 높다"며 "친환경 트렌드가 강조되면서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에게 안성맞춤"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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