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 작업(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받아야 하는 ‘부실징후기업’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의 ‘3고’ 복합위기로 기업 경영이 악화한 영향이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곳은 185개사(대기업 2곳, 중소기업 183곳)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7~2019년 평균(200개사)보다는 적지만, 2015년 조사 이후 1년 전 대비 최대 증가폭(25개사)을 기록했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은 매년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대기업과 5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의 재무위험, 영업위험 등을 평가해 A~D로 등급을 매기는데, C(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부실징후기업)와 D(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부실징후기업) 등급을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한다. 올해는 특히 D등급 기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0년 91개에서 지난해 81개로 줄었다가, 다시 101개사로 는 것이다.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복합위기에 따른 중소기업 경영 악화가 심화된 결과”라는 게 금감원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업 관련 부실징후기업이 20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금속가공(16개사), 부동산(15개사), 도매ㆍ상품중개(13개사) 등의 순이었다. 특히 부동산업과 식료품 제조업, 도매ㆍ중개업 등 내수산업에서 부실징후기업 증가가 두드러졌다. 실적 호조를 보인 자동차업과 금속가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 규모는 9월 기준 약 1조5,000억 원이다. 금감원은 “부실징후기업 선정에 따른 은행권의 충당금 추가 적립액은 약 1,367억 원으로 추정되고, 이로 인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변화폭은 0.01%포인트 수준”이라며 “국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에 따른 기업 지원도 실시된다. 워크아웃 신청기업(C등급)에 대해선 기업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채권단 금융지원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기업(B등급)엔 신속금융지원이나 프리워크아웃 등 채권은행 자체 경영개선 제도를 통해 만기 연장과 금리 할인 등을 지원한다. 사실상 퇴출 대상인 D등급 기업은 은행의 추가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곧바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