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며 긴축 속도 조절에 돌입했다. 한국은행도 속도 조절의 여유가 생겼으나, 한미 기준금리차 확대에 따른 부담감은 여전하다.
14일(현지시간) FOMC 결정에 따라 미국의 올해 말 기준금리는 4.25~4.5%로 확정됐다. 인상폭은 예상대로 '빅스텝'이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오름세가 10월부터 2회 연속 예상치를 밑돌자, 이달부터 긴축 속도를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앞서 미국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덕분에 한은도 금리 인상의 짐을 덜었다. 한은은 올 들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6연속 올렸다. 2회의 빅스텝을 포함, 인상을 본격화한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는 2.75%포인트 상승했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증폭, 자산가격 하락 등을 감내하고서라도 물가를 잡고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었다.
내년 1월 첫 금리 인상폭은 0.25%포인트라는 게 시장의 합치된 견해다. 한은이 "물가가 아직 5%대로 높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니, 금리를 올리되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월 13일 열린다.
한은이 마냥 고민을 던 것은 아니다. ①이날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0.75%포인트에서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2000년 약 5개월간 1.5%포인트 벌어진 이후 22년 만에 최대 격차다.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더 높으면 더 높은 금리를 쫓아 자본이 국외로 유출되고, 원화의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한다. 환율 상승은 다시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상승으로 연결된다. 금리 인상의 취지가 자칫 희석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②미국이 계속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한미 금리차는 더욱 벌어질 공산이 크다. 이날 FOMC 위원들이 예상한 내년 말 미국 금리는 5~5.25%다. 내년 한 해 0.75%포인트는 더 올리겠다는 의미다. 19명 중 17명이 5% 이상을 점쳤다. 반면 한은 금통위원 다수의 예상 최종금리는 3.5%다. 현재 기준금리에서 0.25%포인트만 더 올리면 도달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제약적인 금리 정책 기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주택서비스 가격이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서비스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부연했다.
③시장 상황에 관한 금통위원 간의 이견이 큰 것도 금리 인상을 속단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달 마지막 금통위에서 위원 6명 중 3명은 속도 조절을, 2명은 인상 기조 유지를 주장했다. 다른 1명은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등 예상 밖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한은의 셈법이 복잡해져서다.
여전한 불확실성에 코스피는 이날 1.6%까지 낙폭을 확대, 2,360.97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11월 물가 호재에 1,200원대로 내려앉았던 환율은 하루 만에 6.8원 상승해 1,303.1원으로 복귀했다. 오후 4시 현재 1.5% 하락한 홍콩 항셍지수를 제외한 아시아 증시가 소폭 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파월의 '매파' 발언에도 미국 증시는 낙폭이 0.42~0.76%에 그쳤는데, 침체 부담감에 예상만큼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연준은 경제 전망도 함께 발표하며 내년 미국 성장률을 1.2%에서 0.5%로 대폭 하향 조정하고, 실업률은 4.4%에서 4.6%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