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지정곡 유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유명 사립대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입시 공정성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는 게 경찰 판단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입시곡을 유출해 대학의 시험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서대문경찰서가 연세대 음악대학 피아노과 A 교수와 입시 준비생 B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A교수가 B씨에게 불법 과외교습을 하도록 공모한 혐의를 받는 울산의 음악학원장 C씨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내 유명 피아니스트인 A교수는 지난해 8월 입시를 준비하던 B씨에게 연세대 입시 실기시험으로 나올 지정곡을 미리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해당 곡은 헝가리 태생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의 파가니니 대연습곡(Grandes études de Paganini, S.141 No. 4)으로, 연세대 음대 피아노과 교수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선정한 뒤 9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B씨는 A교수에게 불법 과외교습을 받았다. A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경기 양평군 소재 주거지에서 B씨에게 5, 6차례 과외교습을 했다. 현행법상 대학 교원은 과외교습을 할 수 없다.
과외교습은 A교수의 음대 동문을 통해 학원장 C씨가 청탁하면서 이뤄졌다. 울산에서 피아노 레슨을 하는 C씨가 서울 지역 음대 진학을 꿈꾸던 B씨의 부탁을 받고 과외를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 사건은 B씨가 음대 입시 준비생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출제곡을 얘기하면서 드러났다. '1차 곡 하나만 알려주겠다. 리스트의 32분 음표 첫 마디부터'라고 언급한 B씨는 '어떻게 알았느냐'는 다른 입시생 물음에 '인맥 빨'이라 했다. B씨에게는 카톡방에서 입시 정보를 유출한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B씨가 카톡방에 출제곡을 언급한 다음 날 연세대는 해당 곡을 실기곡으로 공지했다. 입시생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연세대는 긴급회의를 열어 실기곡을 바꿨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올 9월 A교수 연구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A교수 휴대폰에 대한 포렌식(디지털증거 복원 및 분석) 조사도 마쳤다.
A교수는 수사에 대비해 B씨 및 학원장 C씨 등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장 C씨는 A교수의 증거인멸을 종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