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단체들에 대해 위법성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동의 없는 피해자 실명 공개가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14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최근 개보위는 인터넷매체 ‘민들레’ 등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건을 검토하고 있다. 개보위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희생자 명단 공개와 관련한 4건의 신고가 접수돼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며 “구체적 조사 대상은 사실관계 확인 후 특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보위는 다만 같은 사안을 수사 중인 경찰과 공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민들레와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는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전격 공개했다. 희생자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이유를 댔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같은 날 추모미사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러나 일부 유족이 명단 공개 직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두 매체는 뒤늦게 10여 명의 이름을 삭제했다. 야권과 진보성향 시민단체에서조차 “유족 동의 없는 실명 공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물론 비판 여론과 별개로 명단 공개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법상 개인정보는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개보위가 2020년 발간한 해설서엔 “사망자 정보라도 유족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정보는 유족의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보위가 ‘유족 개인정보’에 초점을 맞출 경우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개보위 관계자는 “사망자 이름이 다른 정보와 결합돼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전환되는지 여부는 판단이 쉽지 않다”며 “여러 자료를 검토해야 해 조사 종료 시점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