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런던증권거래소 지분 인수... 금융과 클라우드 밀월은 왜 깊어질까

입력
2022.12.13 16:06
클라우드는 고객 확보하고 금융은 보안 강화 '윈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영국 최대 증권거래소인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지분 약 4% 매입하기로 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LSEG는 향후 10년 간 MS의 클라우드 제품 및 서비스에 최대 28억 달러(약 3조6,440억 원)를 쓰기로 했다. 지난해 말 아마존과 나스닥의 상호 협력 발표 이후, 또 하나의 빅테크와 금융거래소 간 협력이 성사된 것이다.

MS는 이날 LSEG와 10년에 걸친 상호 투자·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MS는 14억9,200만파운드(약 2조,4000억 원)를 들여 LSEG 지분 4%를 사들이고, LSEG는 금융 데이터 관리에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이용하기로 한 게 핵심이다. 양 측은 또 LSEG가 개발한 금융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발전시키고, 여기에 MS의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하는 데도 협력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미국의 가장 큰 테크기업 중 하나와 유럽 최대 거래소의 결합"이라고 평가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자신의 컴퓨터가 아니라 다른 슈퍼 컴퓨터가 구축한 가상 공간에 저장, 처리하는 것이다. 저장 용량이 엄청나고, 처리 속도도 빠르며, 유지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에서 폭발적으로 이용이 늘고 있으나, 금융 서비스는 유독 다른 산업에 비해 클라우드 도입이 느린 분야로 꼽혔다. 자체 보안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선 금융거래소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면 처리 속도가 더 빨라지고 보안성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 또 서버 용량 제한이 없기 때문에 혁신적인 신규 서비스 개발을 시도하는 게 용이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클라우드 고객 유치가 절실한 MS 입장에선 10년 고객을 유치한 셈이다.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단 얘기다.

빅테크와 금융·상품 거래소 간 협업은 최근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구글은 선물 거래 기업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에 10억 달러(1조3,020억원)를 투자하면서 CME그룹의 핵심 거래 시스템을 구글 클라우드로 옮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나스닥도 북미 시장 데이터를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AWS)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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